한국수력원자력 울진원전(1호기~6호기) 운영과 신울진원전의 1~4호기 건설에 따른 '보상 방안'으로 지원되는 울진개발사업비(대안사업비) 규모를 두고 울진군과 한수원이 서로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평행선을 질주하고 있다. 울진군은 대안사업비로 2천647억원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한수원은 800억원+α를 주장, 양측 간의 엄청난 금액 차이를 보이며 갈등과 대립 양상을 빚고 있다.
군은 대안사업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수원이 내년 교체 방침인 울진원전 3호기(100만㎾급)와 4호기(100만㎾급)의 폐 증기발생기 임시 저장고 건립을 위한 건축허가를 불허한다는 강경 입장이다. 한수원도 군의 대안사업비 요구액은 터무니없는 규모로, 공기업으로서 엄청난 금액을 부담할 여력이 없다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4호기의 경우 증기발생기 교체로 내년 전력 피크철인 7~8월에 가동되려면 폐 증기발생기의 임시 저장고 건립 공사는 이번 달에 시작해야 하지만 군의 건축허가 불허로 차질이 예상된다. 울진군의회 원전특별위원회가 원만한 문제해결을 위해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양측 중재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타협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울진군과 지역 민심 '폭발'
울진군과 군의회, 울진원자력본부, 지역주민 대표 등 14명으로 구성된 8개 대안사업 협의회는 지난 2008년 울진개발을 위한 8개 대안사업 추진을 확정했다. 울진원전이 가동되고 신울진 1~4호기도 건설되는 만큼 한수원이 8개 지역개발사업에 지원하기로 합의를 한 것. 이때 구체적인 지원 금액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전문기관에서 연구용역을 한 결과 8개 대안사업비는 총 5천242억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후 한수원은 팔짱만 끼고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했으며 2010년 8월 대안사업 8차 협의회 때 대안사업비로 600억원 지원안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당장 울진군을 비롯 지역 여론은 불에 기름을 부은 듯 한수원을 향해 거센 비난과 분노를 퍼부었다. 올 2월 12차 협의회에서 한수원은 800억원+α를 제시하며 더 이상의 부담은 어렵다는 최종 입장을 밝혔다.
반면 울진군은 21일 열린 13차 협의회에서 8개 대안사업 중 국'도비와 군비 지원이 가능한 '북면장기개발' 계획 시행과 울진종합체육관 건립, 관동팔교 건설, 울진지방상수도 확장 등 4개 사업을 연차적으로 시행하고, 한수원은 대안사업비로 2천647억원을 부담할 것을 제안했다. 자율형 사립고 한수원 건립 운영과 울진군의료원 한수원 책임 경영 등 4개 대안사업은 나중에 별도 협의를 하자고 물러섰다. 군 역시 대안사업비로 2천647억원이 최종안이며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한수원는 군이 제시한 대안사업비는 상당히 '뻥튀기'된 금액으로 '고무줄 사업비'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또 신울진원전 건설에 따른 법적인 주민지원사업비로 총 1조7천억원이 울진에 지원될 예정인 점을 들어 울진군의 대안사업비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울진군과 한수원, 갈등의 연속
한수원의 소극적인 태도에 분노한 지역 민심을 외면할 수 없었던 울진군은 지난해 10월 한수원이 1, 2호기 폐 증기발생기의 임시 저장고를 군의 사용승인도 받지 않고 임의로 사용했다며 경찰에 형사고발 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한수원도 군의 고발에 대한 맞대응으로 곧바로 행정소송(건축물 사용승인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맞불을 놓았다. 고발 건은 현재 검찰에 계류 중이며 행정소송 역시 심리를 통해 양측 공방전만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수원은 내년 3, 4호기의 증기발생기 교체를 하려면 폐 증기발생기 공용 임시 저장고 건립이 시급하다며 군에 건축허가를 최근 요청했으나 군은 "1, 2호기 임시 저장고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임광원 울진군수는 임시 저장고 건축허가 협조 요청을 위해 16일 울진군을 찾은 한수원 김세경 울진원전 본부장에게 "먼저 8개 대안사업을 성실히 이행하라"고만 말했다. 임 군수는 임시 저장고 건축허가 건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고, 실무 관계자들은 대안사업비가 타결돼야 저장고 건립 건도 해결이 가능하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울진군은 대안사업과 임시 저장고 건립 허가 건을 연계해 이처럼 한수원을 압박하고 있으나 한수원도 국책사업인 점을 들어 군의 건축 불허를 이해할 수 없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지식경제부로부터 폐 증기발생기 공용 임시 저장고 건립을 위한 사업 변경 허가를 6월에 받았기 때문에 군은 당연히 건축허가를 내줘야 하지만 군에서 두 달째 허가신청조차 만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로를 찾지 않는 양측
울진군과 한수원이 이처럼 팽팽하게 맞서자 울진군의회 원전특별위원회는 '권고사항'임을 내세워 최근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양측 모두 수용을 거부했다. 군의회는 "주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울진군과 한수원이 형사고발과 행정소송 등 불편한 관계를 계속 가지고 가는 것은 궁극적으로 지역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의회는 "울진군과 한수원이 각각 형사고발과 행정소송을 취하하고, 한수원은 울진군이 제시하는 지역개발사업을 적극 이행하는 등의 상호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권고했으나 울진군과 한수원은 고발과 행정소송 취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안사업비에 대해 임광원 군수는 "한수원이 일단 성의를 보여야 주민들을 설득할 명분이 생긴다"며 한수원의 대폭적인 양보안 제시를 주장한 반면 한수원은 원전이 있는 다른 지역과 형평성 문제와 공기업인 점을 들어 거부하고 있다. 더욱이 행정소송 취하 여부에 대해 한수원은 "한 번 취하를 하면 다시 소송을 할 수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사법적 판단을 받겠다는 강경한 자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에서는 양측이 서로 양보하는 절충안은 모색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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