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인성 탄생 100돌 고향 순회전 반쪽날 판

내달 10일부터 대구미술관서

이인성기념사업회 회장이자 이인성의 아들 이채원 씨가 26일 덕수궁미술관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씨는 덕수궁미술관에 전시된 이인성의 작품 74점 가운데 개인 소장가의 작품 30여 점이 대구에 내려오지 못하게 되자 강하게 항의했다.
이인성기념사업회 회장이자 이인성의 아들 이채원 씨가 26일 덕수궁미술관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씨는 덕수궁미술관에 전시된 이인성의 작품 74점 가운데 개인 소장가의 작품 30여 점이 대구에 내려오지 못하게 되자 강하게 항의했다.

9월 10일 대구미술관에서 열리는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의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대구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이인성 100주년 기념 순회전'으로 전시를 열기로 하고 몇 달 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서울 덕수궁미술관 전시에 나왔던 이인성 작품 74점이 대구 전시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대구 전시 작품 수가 40여 점으로 줄어들었다. 몇몇 개인 소장가들이 작품 훼손을 이유로 지방(대구) 전시를 꺼렸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상황이 복잡해지자 아예 순회 전시 계약을 27일 파기했다. 대구미술관 측은 "애초에 순회전으로 계약해 전시 저작권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있었는데 갑자기 계약을 파기해 전시를 열흘 앞두고 난감한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신생 미술관으로서 소장품이 거의 없다시피 한 대구미술관은 앞으로 주요 소장품들을 대여, 전시하게 될 국립현대미술관 측에 강하게 항의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한마디로 을(乙)의 비애다.

한편 서울서 열린 '鄕(향)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은 3개월간 11만5천여 명이 관람하고 26일 막을 내렸다. 이인성의 대표작 '가을 어느 날'(1934), '해당화'(1944)를 비롯한 작품 74점과 자료 263점이 전시돼, 한자리에서 이인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전시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오랜 기간 외출로 인한 작품 훼손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개인 소장가들이 대구로의 '외출'을 꺼려 30점 이상이 내려오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대구미술관 측은 "다행히 이인성의 대표작들은 전시될 예정이며 전시에서 빠지는 작품들은 대부분 소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작품을 고향에서 감상할 것을 기대하던 사람들의 실망감은 크다. 이인성기념사업회 이채원 회장은 26일 덕수궁미술관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면서 대구 전시 작품이 축소되는 데 대해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 씨는 "모처럼 고향으로 아버지의 작품이 돌아오는데 절반이나 빠져서는 안 된다는 절실함에서 1인 시위를 했다"고 말했다. 한 미술인은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각종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전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안타까운 일"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애초부터 대구가 이인성 100주년 기념 전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 다른 미술인은 "대구가 주도적으로 기획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애초부터 예상됐던 일"이라면서 "중요 미술작가의 소장품이 없는 대구의 현실적인 한계이며 이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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