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근혜 "대통합 행보 계속"…인혁당 피해자 방문 검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28일 오전 유신시절 노동운동의 '아이콘'이었던 고(故) 전태일 열사의 유족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서울 창신동 전태일재단으로 향했다. 아버지의 그늘이었던 노동탄압의 상징적 인물을 40년 만에 딸이 찾은 것이다. 하지만 이날 방문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시민단체와 쌍용차 노조원들이 입구를 봉쇄하는 바람에 발길을 돌려야 했던 것.

앞서 전 열사의 동생 전태삼 씨는 재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태일 정신없이 전태일재단에 오는 것은 그 자체가 무의미한 것 아니냐"며 "너무 일방적인 통행이라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방문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달 20일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연일 이어지고 있는 박 후보의 보수'중도'진보를 아우르는 파격적인 '광폭(廣幅) 행보'에 처음으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일각에서는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의 국민대통합 행보에 유사한 사태가 발생,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하지만 박 후보 측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진통이 있더라도 반대편까지 통합하고 아우르는 행사를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28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후보가 전태일재단을 방문하려 한 것은 산업화 시대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 시대의 그늘에서 고통을 겪었던 분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며 "박 후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아무리 방해하고 장막을 쳐도 국민을 통합하겠다는 박 후보의 행보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박 후보는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 공안사건인 인혁당 사건 피해자와 유족들과의 만남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대선 화두로 내건 국민대통합 행보에 앞서 5'16쿠데타 등 과거사 인식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강탈 논란이 일었던 정수장학회 문제, 박정희 시대의 정치'경제'사회적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필요성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효종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은 29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 행보를 보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냉대, 문전박대 받지만 인내하면서 두드리겠다는 마음,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 후보의 전태일재단 방문 무산이 정말 아쉽고 안타깝지만 통합, 화해가 한 번에 되는 일이겠냐"며 "두드리고 또 두드리고 열릴 때까지 두드리겠다는 게 박 후보의 결연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산업화'민주화 두 세력 간의 갈등과 긴장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치유하는 움직임을 반드시 보이겠다는 일념으로 (통합 행보가) 시작됐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