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현수의 시와 함께] 일반 4호실-이홍섭

누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떴는지

화환도 없고

문상객도 겨우 두엇이다

특실로 가는 화환이 긴 터널을 이루는 동안에도

화환 하나 놓이지 않는 곳

신발들도 기대어 졸고 있는데

특실로 가는 문상객이 그마저 어깃장을 놓는다

성근 국화처럼

벽에 기대어 있는 젊은 아낙과, 문 뒤에 숨어

입구까지 덮쳐오는 긴 터널을 바라보고 있는 앳된 소녀

삼일장도 너무 긴

일반 4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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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잘 가지 않는 곳에 본능적으로 시선이 가는 존재입니다. 그런 마음을 가진 이들이 시인이 되는지, 시인이 되니까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부와 명예 때문에 그늘진 풍경이 시인의 눈에는 잘 뜨이는 법입니다.

이 시의 초점도 화려한 화환이 즐비하게 놓인 특실이 아니라, 바로 그 곁에 있는 초라한 영안실입니다. 화환도 없고 문상객도 드문 저 일반 4호실. 성근 국화처럼 벽에 기대어 있는 젊은 아낙의 모습과 앳된 소녀의 눈빛을 시인이 어찌 잊을 수가 있었겠습니까.

시인·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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