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홀로 아리랑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조그만 얼굴로 바람 맞으니,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가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가수 서유석이 부른 '홀로 아리랑'의 노랫말처럼 독도는 쉬어 가는 아리랑 고갯길이다. 마음 내킬 때마다 쉬 달려가 머물 수 없는 특별한 섬이다. 오늘도 하염없이 해풍을 맞으며 일본의 침탈 야욕에 온몸으로 맞서고 있을 독도.

그 독도에 두 번 가본 적이 있다. 문화부 기자 시절, 경향 각처의 유명 문인들과 함께 풍랑을 무릅쓰고 처음 찾아간 독도는 너울을 앞세워 접안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배를 타고 순회하며 손에 닿을 듯한 거리에서 그 외롭고 조그만 얼굴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감개가 무량했다. 그리고 몇 해 후 독도에서 하룻밤 묵을 기회가 있었다. 사회2부에 근무할 당시 독도에 상주하고 있던 매일신문 기자를 격려하러 갔을 때였다.

국토의 최동단 독도에서의 하룻밤은 정녕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날 밤 이슥하도록 독도 기자와 나눴던 이야기들 또한 망양정 위를 날던 괭이갈매기의 울음처럼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독도는 이벤트성 행사나 격앙된 만세 소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였다. 근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백 번의 시위보다 한 장의 증거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결코 낭만이 아닌 하루하루가 처절한 삶의 현장이었던 기자의 독도 생활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다. 일본의 간악하고도 집요한 도발 책동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무엇이었던가. 독도 망언과 침탈 행위가 불거질 때마다 흥분과 열정으로 독도를 흔드는 구태를 반복하지 않았던가.

따지고 보면 모토(母土)와 다름없는 한반도를 난자하고 능욕하고도 반성은커녕 적반하장의 죄업(罪業)만 되풀이하려 드는 저 패륜적 집단에 무엇을 기대하랴. 이명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독도 방문 또한 우리 국력의 반영인 것이다.

'목근통신'(木槿通信)을 쓴 작가 김소운이 말했듯이 현해탄에 가로놓인 숙명적인 구원(舊怨)의 장벽을 걷어내야 하는 일은 여전히 힘없는 우리의 숙제로 남았다. 그래서 그들은 여전히 왜(倭)이고, 우리는 오늘도 '홀로 아리랑'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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