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과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노후생활을 위해 기술을 배우는 중년이 늘고 있다. 와인, 제빵, 요리 배우기와 귀농 바람을 타고 농사일 배우기, 공예와 악기, 사진 등 다양한 '기술 배우기'가 중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몸으로 익히는 스킬(skill)이야말로 길어진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인생 2막'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평생 직업시대
"은퇴 후 제2의 직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요즘 중년들의 고민이다. 언론에서는 '2020년까지 경제활동에서 밀려나는 베이비붐 세대가 계속 쏟아진다'고 강조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정한 고용시대에 살아가면서 중년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구조조정의 물결, 세계적인 경제위기, 전문화된 기능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의 변화 등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이런 경제 불안 분위기는 결국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제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다. '평생직업'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은퇴 없는 직장, 기술 있는 중년이 최고의 삶을 누릴 수 있다.
◆취업훈련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은퇴 이전부터 자신의 취미를 잘 살리면 즐거운 '인생 2막'을 살 수 있다. 대구시 서구 평리동 한국폴리텍VI대학 대구 캠퍼스 산학협력단. 기술을 익히려는 중년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서경덕 산학협력단장은 "중장년층을 위한 100% 국비 무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퇴직자 등을 대상으로 기술을 가르쳐 취업시키는 등 중년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고 밝힌다. "우린 죽기 살기로가 아닙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기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용접기술을 익히고 있는 15명의 중년은 비장한 각오를 보인다.
◆6월부터 용접 배워 9월 초 재취업 출근
김유신열(42·대구시 서구 비산동) 씨는 10여 년 동안 섬유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5월에 퇴직했다. 재취업을 위해 노력하던 차에 한국폴리텍VI대학에서 실시하는 국비 무료기술교육 소식에 당장 등록했다. 그는 6월 18일부터 이곳에서 용접기술을 배우고 있다. "아직 젊다는 생각에 새로운 분야인 용접기술 배우기에 도전했습니다. 기술을 익혀놓으면 정년과 관계없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 씨는 경산시 크레인 제작회사 ㈜송암이엔지에 취업이 결정돼 다음 달 1일부터 출근한다.
◆기능사 합격 "나이들면 내 회사 경영"
성서산업단지 금속회사 공장장 출신인 김경환(44·대구 서구 원대동) 씨도 용접기술 배우기에 도전하고 있다. 경기 불황 탓에 공장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에 휩쓸려 지난 5월 말 퇴직했다. 직장을 구하러 다니던 중 한국폴리텍VI대학 국비 무료 기술반에 지원했다. 앞으로는 기술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용접기술을 배워놓으면 나이가 들어서 개인회사도 경영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선택했다"고 밝힌다. 김 씨는 3개월 동안 용접기술을 연마해 용접기능사와 특수용접기능사 시험에 합격했다.
◆섬유회사 다녔지만 용접 기술로 재취업
섬유회사에서 일하다 퇴직한 안종옥(50·대구시 북구 관음동) 씨도 용접기술 배우기에 열심이다. 안 씨는 중학교를 졸업한 후 곧장 제일모직 협력업체인 섬유회사에 취직해 33년 동안 일하며 부장까지 역임한 전문 기능인이다.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하다가 막상 퇴직을 한 후,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에 앞이 캄캄했다. 역시 기술이 있어야 산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면서 취업에 유리한 용접기술에 도전했다"고 밝힌다. 3개월 남짓 기술을 연마해 산업용 냉동기 제작업체인 검단동 덕산 코트렌 ㈜에 재취업에 성공했다.
한국폴리텍VI대학 대구 캠퍼스 산학협력단 우종수 교수는 "실직한 중년 가장들을 대상으로 올해 선반·머시닝 직종과 산업설비(특수용접) 반을 모집, 기술훈련을 받은 수료자 중 70% 정도가 재취업에 성공했다"며 "10월에는 그린에너지 전기분야를 모집하고 하는데 재취업에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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