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상위 1%. 대표적인 이들이 대기업 총수들이다.
빈부 격차가 고착화되면서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감히 넘볼 수 없는 파워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정'관계 고위 인사와 달리 이들의 일상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김승연 한화회장 등 대기업 CEO들의 잇단 구속 사태로 대기업 총수들의 일상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일반인에게 부러움의 대상인 이들의 생활을 들여다 봤다.
◆회장님 호칭
최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재판 때 한화에서 김 회장을 'CM'(Chairman)으로 불리며 신격화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일부 대기업에도 이런 관행이 남아 있다. 현대차그룹에선 정몽구 회장을 '회장님' 또는 회장님 영어 발음의 첫 글자를 딴 'HJN'으로 쓴다. 언론에서 정 회장을 호칭할 때 자주 쓰는 'MK' 표현은 쓰지 않는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영어에서 최고를 의미하는 'TOP' 또는 최고 경영진을 의미하는 'TM'(Top Management)으로 부른다.
회장에게 보고하는 문건에도 이 호칭을 쓴다. 삼성에선 2000년대 초반까지 구조조정본부에서 이건희 회장을 'A'로 호칭했던 적이 있다. 두산은 보고서엔 쓰지 않지만 직원끼리는 박용만 회장 이름의 영어 첫 글자를 따 'YM' 회장으로 부른다고 한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을 따로 부르는 용어 없이 회장님으로 호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근 스타일
주로 아침 일찍 출근하는 스타일이 많다. 새벽 출근의 대표 주자는 정몽구 회장이다.
정 회장은 2000년 현대'기아차그룹 출범 이후 13년째 매일 도전 6시 30분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부친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때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새벽반'에 속한다. 정 회장은 매일 출근 전 회사 인근에서 1시간 동안 운동을 하고 오전 8시 이전에 서울 대치동 포스코타워로 나온다. 조 회장은 오전 7시30분 출근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자유반'이었다. 사무실에 거의 나오지 않고 삼성 영빈관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 머물며 업무를 봤기 때문이다. 매주 두 차례 정도 서초 사옥에 나오긴 했지만 출근 시간은 오전 8시30분이었다.
구본무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오전 8시면 집무실에 도착해 6시에 '칼퇴근'한다. 특히 허 회장은 출근 전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1시간 동안 운동하는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승연 회장은 오전 8시와 9시 사이 여의도 63빌딩이나 장교동 한화 본사로 나오는 오전반이다. 퇴근길엔 서울 소공동 더프라자호텔 인근에서 2시간씩 운동하는 '달밤파'다. 최태원 회장은 주로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서울 서린동 SK본사로 나오는 '아점반'이다. 점심때쯤 사무실에 나오던 부친 고 최종현 전 SK 회장의 출근 스타일을 물려받았다. 박용만 회장은 소문난 '얼리어답터'답게 출근길도 모바일 기기와 함께한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PC도 삼성 갤럭시탭, 애플 아이패드를 모두 갖고 다닌다. 요즘엔 뉴 아이패드를 들고 출근한다.
◆특별한 집무실?
시간을 쪼개 쓰는 그룹 총수들은 대부분 집무실을 여러 개 갖고 있다. 자주 들러 주요 사업을 챙기는 곳도 있지만 개중에는 1년에 단 한 번도 찾지 않는 곳도 있다.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은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28층과 이태원 자택 인근 승지원 등 2곳에 있다.
정몽구 회장은 그룹 관계자들도 정확히 모를 만큼 집무실이 많다. 정 회장의 현장 경영에 대한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새벽형'인 정 회장은 매일 오전 6시 30분께면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으로 출근해 지난 2006년 입주한 서관 21층 집무실에서 업무를 본다.
이곳 말고도 전국 공장(현대차 3곳, 기아차 3곳)은 물론 남양주 연구소, 계동 사옥, 원효로 사옥 등 모두 9군데에 정 회장의 집무실이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은 서울 신문로 사옥은 물론 서울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빌딩 등 2곳의 집무실을 이용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서소문로 대한항공빌딩과 남대문로 한진빌딩, 공항동 대한항공빌딩 등 모두 3곳에 회장 집무실을 갖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서울 서린동 SK 본사 맨 꼭대기층 바로 아래인 34층 집무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30층 집무실만 이용한다. 김승연 회장은 대한생명을 인수할 당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회장 집무실을 따로 마련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서울 중구 한화빌딩 집무실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주량
과거 창업세대들은 대부분 '두주불사'일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지만 최근엔 술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건희 회장은 평소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이 전 회장은 1999년 림프절 암 진단을 받고 수술한 이후 건강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다만 와인은 예외다. 이 전 회장은 와인 한두 잔씩 소량으로 자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회장의 주량은 센 편으로 알려졌다. 폭탄주보다 소주를 즐긴다. 구본무 회장은 주요 만찬행사에서 가끔 술을 마시지만 음주량은 그리 많지 않다. 절대 과음하는 법이 없고 술을 강권하지도 않는다. 최태원 회장은 '서민형 총수'답게 소주를 즐긴다. 주량은 그리 세지 않아 소주 반 병 정도다.
허창수 회장은 맥주를 좋아한다. 주량은 양주 반 병가량.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주량은 와인 한 잔이다. 그 이상을 넘어가면 얼굴이 붉어진다고 한다. 박삼구 회장은 지인들과 폭탄주를 즐겨 마시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내 행사엔 빠짐없이 직접 제조한 폭탄주를 돌렸지만 최근 자제한다. 김승연 회장도 맥주와 양주를 섞은 폭탄주를 자주 마셨다. 한화그룹에선 이를 '다이너마이트주'라고 부른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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