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수학 대구고법원장 퇴임…30년 법관생활 마침표

'따뜻한 재판' 못한것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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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퇴임한 김수학 대구고등법원장은 \"좀 더 친절하고 자상하게 재판 당사자들을 대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털어놨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지역법관이 줄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습니다."

지역법관으로 30년간 일했던 김수학(58) 대구고등법원장이 31일 퇴임식을 갖고 정들었던 법원을 떠났다. 김 법원장은 1982년 9월 판사로 임용된 뒤 정확히 만 30년간의 법관 생활을 뒤로하고 법복을 벗었다.

김 고법원장은 퇴임에 앞서 지역법관 감소 추세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지역법관에 대한 배려가 줄어서 그런지 고참 단독 판사나 부장판사 이상급에서 지역법관이 굉장히 많은데 후배 판사 중에선 지역법관이 급감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지역법관에 대해 지역민과의 유착 등 각종 오해와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그리고 지역을 지킬 수 있는 지역법관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고법원장은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점에 대해선 '따뜻한 재판을 하지 못한 것'을 들었다. 그는 "판사 시절 좀 더 친절하고 자상하게 재판 당사자들을 대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며 "또 대구법원 청사 이전 문제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도 아쉬운 것 중 하나"라고 회상했다.

그는 지난 6월 말 연임 신청을 했으면 내년 2월까지 남은 고법원장 임기를 채우고 또 10년간 법관 생활을 더 할 수 있었지만 과감히 퇴임을 선택했다. 그는 "법관 생활을 30년이나 했고 고등법원장까지 하는 등 나이나 경력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여기서 그만두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생각도 한몫 했다"고 전했다.

법관 시절, 대법관 후보에 추천까지 올랐지만 아쉽게 임명받지 못하는 등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기회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내 신조는 '주어진 분수대로 살자'는 것"이라며 "대법관 임용 추천된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 더 욕심도 아쉬움도 없고 만족한다"고 말했다.

후배들에 대한 따뜻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판사는 개인적으로 청렴해야 한다. 또 지식을 넘어 지혜로워야 국민의 신망을 얻을 수 있다"며 "너무 법학에 얽매이지 말고 문학, 인문사회과학, 예'체능, 다양한 사회 활동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적극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김 고법원장은 다음 달 중순부터 대구의 법무법인인 중원에서 고문 변호사로 제2의 법조 인생을 시작한다. 그는 "지역 후배 법관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처신을 잘하겠다"며 "대구법원과 사법부에도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김 법원장은 사법연수원 9기로, 1992년 대구지법 김천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대구고'지법 수석부장판사, 울산지법원장, 대구지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정들었던 곳을 떠나려니 섭섭하고 아쉬운 점도 있지만 훌륭하고 좋은 후배들이 법원을 지켜주리라는 믿음에 안심하고 떠난다"며 "나가서도 대구 법조와 대구 사회 발전을 위해 일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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