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속에서 군대가 뜨고 있다. 입대 후 군대에 '말뚝'을 박거나, 군대에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금녀(禁女)의 공간이었던 군대에 여성 지원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군대가 취업난을 뚫을 수 있는 '돌파구'와 '안정된 직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유급 지원병'부사관 인기
대구경북병무청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입대 전 유급 지원병 신청자는 10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5명에 비해 55.4% 증가했다.
유급 지원병은 의무복무 기간 21개월을 마치고 하사로 15개월을 더 복무하는 전문 인력을 말한다. 복무 기간 동안 18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을 수 있어 병역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김모(24'대구 북구 산격동) 씨는 지난해 10월 전역을 앞두고 유급 지원병 입대를 결심했다. 김 씨는 "제대 후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도 군에 있는 만큼 돈을 벌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며 "유급 지원병으로 있으면서 기술을 익히면 나중에 취업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군에 남기로 했다"고 했다.
대구경북병무청 한 관계자는 "유급 지원병이 되면 전공과 연계, 복무가 가능한데다 관련 기술을 배울 수 있고 관공서와 기업에 입사할 때 경력이나 호봉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고 했다.
부사관은 하사'중사'상사'원사의 계급을 가진 육'해'공군의 중견간부를 말한다. 부사관 시험에 통과하면 하사로 임관해 남자는 의무복무 기간 4년을, 여자는 3년을 거친다.
육군본부에 따르면 각종 수당을 포함한 하사 1호봉 연봉은 1천850만원이다. 42개의 다양한 직군이 있어 본인의 특기와 적성을 살릴 수도 있다. 다양한 혜택 덕분에 부사관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부사관 인기에 편승해 부사관 시험 준비반이 전문대'학원'고교에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구경북에는 영남이공대가 2005년 부사관과를 개설한 뒤 현재 20여 개 이상의 부사관과가 생겨났다.
부사관과를 졸업한 이모(26) 중사는 내년에 장기복무를 신청해 군대에 말뚝을 박을 생각이다. 이 씨는 "무엇보다 각종 복지혜택을 누리며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이고, 20대 중반에 30여 명의 사람을 지휘하는 자리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부사관 학원도 시험을 준비하는 수강생들로 북적댄다.
대학생 이대엽(21'대전) 씨는 "일반 병사로 군대를 가는 것보다 부사관으로 가면 전공도 살리고, 경력도 쌓아 취업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H부사관학원 김연구 원장은 "매년 수강생이 30%씩 늘어나고 있다"며 "요즘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하기가 어렵고 일반 공무원은 경쟁률이 너무 높기 때문에 부사관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고교도 방과후수업으로 부사관반을 만들었다. 대구 조일로봇고교는 올 5월부터 방과후 부사관 시험 준비를 돕는 부사관반을 신설했다. 조일고 산학협력부 관계자는 "군대가 직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방과후수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은 군사 관련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영남대는 지난해부터 군과 협약을 맺어 장교 양성을 위한 군사학과 입학생을 받고 있다. 지난해 20명 수시모집에 293명이 지원을 해 1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군사학과 입학생은 군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닌 뒤 졸업과 함께 소위로 임관된다. 이 대학 군사학과 관계자는 "졸업과 동시 취업을 할 수 있어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성 불모지에 불어닥친 여풍(女風)
남성의 성역이었던 군대에 여성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남이공대 부사관과 여자 수시전형 경쟁률은 15대1에 달했다.
영남이공대 부사관과 임주리(20) 씨는 "요즘은 4년제 명문대를 졸업한다고 해도 좋은 곳에 취업하기가 힘들다"며 "부사관은 공무원으로서 국가가 제공하는 각종 복지 혜택을 누리는 안전성과 여군이라는 특별함까지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심다영(20) 씨는 "여군은 남성적인 조직 문화에서 여성으로서의 꼼꼼함과 섬세함이 더욱 돋보일 수 있는 직업"이라고 했으며, 라혜진(20) 씨는 "체력 단련과 같은 힘든 훈련도 남성과 동등하게 수행해 전문직 여성으로서 성취감을 얻고 싶다"고 밝혔다.
부사관학원에도 여성 수강생이 늘어나고 있다. 부사관학원에 따르면 학원 수강생의 절반 이상이 여성 수강생이다. 대구의 한 부사관학원에 다니는 신모(25'여'경기동 일산) 씨는 3개월 전 대구로 내려와 자취를 하며 부사관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신 씨는 "2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뒤 다른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면서 "부사관은 공무원이면서도 앉아서 하는 업무가 아닌 활동적인 일을 주로 하는 직업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영남이공대 부사관과 김용현 교수는 "경기 침체와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군대가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연금 등 군에 제공되는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고 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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