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통 30여년 팔공산 길 '이색 상권' 진화

팔공산 순환로 한바퀴 싱싱 농산물 흥정 빼면 드라이브가 무슨 재미

팔공산 순환도로 곳곳에 농민들이 운영하는 노점 상권이 형성되면서 팔공산 순환도로가 농민들과 소비자들을 이어주는 직거래 장터 역할을 하고 있다. 공산파출소에서 파계사삼거리로 이어지는 도로변에 자리 잡은 노점들. 중대1동 주민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45개의 노점이 있다.
팔공산 순환도로 곳곳에 농민들이 운영하는 노점 상권이 형성되면서 팔공산 순환도로가 농민들과 소비자들을 이어주는 직거래 장터 역할을 하고 있다. 공산파출소에서 파계사삼거리로 이어지는 도로변에 자리 잡은 노점들. 중대1동 주민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45개의 노점이 있다.
팔공산 순환도로의 풍경을 바꾸고 있는 또 다른 주체는 커피숍이다. 공산파출소~파계사삼거리로 이어지는 도로변에 자리 잡은 커피전문점
팔공산 순환도로의 풍경을 바꾸고 있는 또 다른 주체는 커피숍이다. 공산파출소~파계사삼거리로 이어지는 도로변에 자리 잡은 커피전문점 '모캄보
파계사삼거리에서 동화사로 이어지는 도로변에도 노점들이 줄지어 있다. 신용2동 주민들이 운영하는 노점들. 신무동 주민들이 운영하는 노점들.
파계사삼거리에서 동화사로 이어지는 도로변에도 노점들이 줄지어 있다. 신용2동 주민들이 운영하는 노점들. 신무동 주민들이 운영하는 노점들.

지역의 명산 팔공산을 에두르는 팔공산 순환도로. 호젓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고 곳곳에 먹거리 타운도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1980년대 중반 개통된 이래 해마다 수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은 팔공산 순환도로가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농산물을 판매하는 노점이 군데군데 형성되면서 농민들과 소비자들을 이어주는 직거래 장터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 또 커피 열풍을 반영하듯 도로변 곳곳에 커피숍이 들어서면서 커피 타운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개통 30여 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 팔공산 순환도로를 현장 취재했다.

◆거대한 농산물 직거래 장터 형성

오락가락하며 비를 뿌리던 가을장마가 물러가고 모처럼 활짝 갠 주말(지난달 25일) 오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팔공산으로 드라이브를 떠나는 차량들을 따라 파군재삼거리에서 파계사 방면으로 차를 몰았다. 파계교를 건너 보리밥으로 유명한 음식점을 지나자 토마토를 판매하는 노점이 나타났다. 노점 뒤 비닐하우스에는 탐스러운 토마토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곧이어 밭에서 따온 호박'박 등을 가지런히 정렬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할머니와 포도 노점상이 눈에 들어왔다.

송림사로 이어지는 새 길과 파계사로 통하는 구길이 교차하는 갈림길에서 파계사 방면으로 길을 잡았다. 공산파출소를 지나자 눈앞에 거대한 노점 상권이 펼쳐졌다. 파계사삼거리까지 가파른 오르막길을 따라 도로 양편에 자리 잡은 노점은 모두 45개다. 노점마다 햇빛을 가리는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고 43'34'29 등 간판 역할을 하는 번호판이 붙어 있었다. 그늘막은 공산농협의 지원을 받아 설치했다고 한다. 간혹 복숭아를 곁들여 판매하는 노점도 있지만, 이곳에서 주로 거래되는 농산물은 저농약 농산물 인증을 받은 포도다. 포도를 판매하는 노점상은 모두 인근 중대1동 주민들이다. 주민들이 공산농협의 지원을 받아 집적 키운 포도를 판매하는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

주거래 품목이 포도인 까닭에 8~10월이 대목이다. 가격은 일반 포도의 경우 5㎏ 1만5천원, 거봉은 4㎏ 2만5천원 선이다. 포도를 판매하는 한 어르신은 "중대1동 주민들은 거의 노점에 나와 장사를 한다. 경기가 좋지 않아 작년보다 판매가 시원찮다. 주말과 공휴일이 장사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다"며 기자에게 포도 한 송이를 건넸다. 유난히 무더운 날씨 덕에 포도가 꽤 달았다. 마침 길을 가던 50대 부부가 차를 세우고 포도 맛을 보더니 선뜻 5㎏짜리 세 박스를 구입했다. 그러자 주인은 덤으로 포도 대여섯 송이를 얹어 주었다.

대형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덤 문화에 훈훈해진 마음을 안고 파계사삼거리에서 가산산성 방면으로 다시 차를 몰았다. 집단으로 상권을 형성한 노점 대신 각개전투를 하듯 노점이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었다. 파라솔을 치고 오가는 손님을 기다리는 노점에는 포도와 함께 복숭아가 놓여 있었다. 복숭아만 판매하는 노점도 있었다. 복숭아 밭에서 탐스럽게 익은 복숭아를 한아름 따와서 노점에 진열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팔공산 순환도로를 따라 대구와 경북의 경계 지점까지 간 뒤 왔던 길을 돌아 이번에는 파계사삼거리에서 동화사 방면으로 차를 몰았다. 한 집 건너 한 집 형태로 포도와 복숭아를 판매하는 노점이 시야에 들어오더니 이내 집단으로 상권을 형성한 노점이 나타났다. 같은 노점이지만 신용2동 주민 10여 명이 운영하는 이곳의 분위기는 중대1동 주민들이 운영하는 노점의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판매하는 농산물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 노점에는 포도뿐 아니라 복숭아'토마토가 주력 판매품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양념처럼 알타리무'가지'호박 등도 가판대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직접 기른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한 농민은 "노점은 봄부터 가을까지 운영된다. 봄에는 미나리'두릅'가죽 등 봄나물, 여름에는 자두'포도'복숭아'토마토 등 여름 과일, 가을이 되면 배추'콩 등을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신문에 잘 내달라는 농민들의 부탁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 이정표를 지나자 또다시 노점이 줄지어 서 있는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신무동 주민들이 운영하는 노점으로 용문사로 올라가는 갈림길과 그곳에서 100~200여m 떨어진 곳에 각각 10여 개의 노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용문사로 올라가는 갈림길에 자리 잡은 노점은 주차장을 끼고 있어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천천히 노점을 둘러보며 가격을 흥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동화사로 이어지는 순환도로변 노점은 수태골 입구까지 길게 늘어서 있다. 다만 수태골이 가까워지면서 노점 수는 급격히 줄어든다. 수태골을 지나면 더위를 달래려고 나온 시민들의 차량이 노점 대신 도로변을 점령하고 있다.

현재 팔공산 순환도로는 길과 길을 이어주는 도로 기능을 너머 농민들과 소비자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팔공산 순환도로를 따라 노점을 둘러보는 동안 기자는 가던 길을 멈추고 농산물을 구매하는 시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농민들이 밭에서 금방 따온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기 때문에 신선도가 뛰어나고 품질도 믿을 수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했다. FTA 파고 속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농민들과 안전한 먹거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윈-윈'하는 직거래 장터로 팔공산 순환도로가 자리매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커피숍의 약진

팔공산 순환도로의 풍경을 바꾸고 있는 또 다른 주체는 커피숍이다. 음식점만 즐비했던 팔공산 순환도로에 커피숍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 특히 중대1동 주민들이 가판을 벌인 공산파출소~파계사삼거리로 이어지는 도로변에는 최근 커피전문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오래전 이곳에 터를 잡은 커피전문점 '휴'와 레스토랑 '블루 문'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진 커피전문점은 올 6월 말 오픈한 '모캄보'와 이에 앞서 개업 한 '10/7'이다. 모던하게 디자인된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들 커피전문점들은 짧은 기간 입소문을 타고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뿐 아니라 인근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뒤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부상했다.

커피숍은 가산산성으로 이어지는 순환도로변에도 여럿 있다. 파계사삼거리에서 가산산성 방면으로 가다 보면 빨간 버스가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꼬레 꼬레'와 커피와 케이크를 판매하는 '초이스 엠', 장애인들이 재활 의지를 다져가고 있는 '다빈치'플러스 원' 카페가 잇따라 모습을 드러낸다. 기자가 팔공산 순환도로 찾은 주말 오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음식점과 달리 커피숍은 하나같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커피숍 주차장은 고객들의 차량으로 넘쳐 났다. 특히 '모캄보'의 경우 쉴새 없이 밀려드는 차량 때문에 두 곳에 마련된 주차장이 모두 만원이었다. 커피숍이 팔공산 순환도로를 대표하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글'사진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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