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를 보자] '코미디의 왕' 1일 오후 11시

EBS 세계의 영화

심야 토크쇼 진행자인 제리 랭포드(제리 루이스 분)의 광팬인 루퍼트(로버트 드니로 분)는 자신도 기회만 닿으면 제리만큼 유명한 코미디언이 될 수 있으리라는 꿈에 젖어 산다. 그러던 어느 날 토크쇼 녹화를 마치고 나오던 제리와 루퍼트가 우연히 같은 차에 타게 되고, 루퍼트는 제리에게 토크쇼에 설 기회를 달라고 부탁한다. 끝없이 떠들어대는 루퍼트를 떼어내기 위해 제리는 자신의 비서에게 전화해서 약속을 잡으라는 빈말을 한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제리와 친구가 되었다고 믿은 루퍼트는 계속해서 제리의 사무실을 드나들며 소란을 부린다. 제리와 절친한 친구이자 유명 코미디언이 된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급기야는 제리의 집까지 찾아가서 친구 행세를 하고, 완전히 질린 제리는 루퍼트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본심을 드러낸다. 비로소 환상에서 깨어난 루퍼트는 코미디언이 될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서 제리를 납치할 음모를 꾸민다. 또 한 명의 제리 광팬인 마샤와 짜고 제리를 납치하는 데 성공한 루퍼트는 그를 볼모로 방송 관계자들과 토크쇼 출연을 협상한다. 어쩔 수 없이 방송에서도 루퍼트의 무대 녹화를 허락하고, 뜻 밖에도 이 무대가 히트를 치면서 루퍼트는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이 영화는 유쾌한 영화는 아니다. 루퍼트의 망상과 현실 간의 괴리는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괴리감, 혹은 단절. 이 테마는 영화 내내 계속해서 반복된다. 등장인물들은 어떤 식으로든지 나머지 사회와 단절돼 있는 인간이다. 쇼 진행은 좋아하지만 팬들로부터는 벗어나고 싶어 하는 토크쇼 진행자 제리, 한심하고 짜증스럽고 보잘 것 없는 인물로 영화 거의 막판까지 괄시와 멸시를 받는 루퍼트, 그리고 제리에게 미쳐 다른 것은 전혀 안중에 없는 마샤. 모두가 외톨이이고, 서로의 이야기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철저히 자신만의 세계에 남기를 고집한다. 모두가 철저히 혼자라는 사실은 루퍼트의 집이 배경이 될 때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다. 목소리는 있으나 얼굴은 없으며 사사건건 잔소리만 해대는 루퍼트의 어머니는 비현실적인 망상과 현실 사이에 경계선 역할을 하는 소품으로서 무척 효율적이다. 루퍼트가 성공해서 스타가 된 순간마저도, 영화는 교묘하게 열광하는 관객을 무시하고 무대에 선 루퍼트만을 집중 조명한다. 그리고 그를 소개하는 성우의 멘트를 반복해 들려줌으로써 현실보다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어쩌면 이마저도 루퍼트의 망상일 수도 있다는 느낌을 주며 영화를 마무리한다. 러닝타임 109분.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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