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 앞으로~~.'
6, 7년 전쯤 독일에 갔다가 유럽의 저가항공기를 타면서 희한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승객들이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거의 뛰다시피 비행기 안으로 우르르 들어가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좌석에 먼저 앉기 위해서였다. 줄 서기라면 뭔일인지도 모른 채 줄부터 서고 보는 유럽인들의 습관에 비춰볼 때 잘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당시만 해도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저가항공사들이 선착순 좌석제를 채택하고 있었기에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비행 중에도 승무원들에게 매번 듣던 '커피 or 티'는 고사하고 물 한 모금도 주지 않은 것도 생소했다. 뮌헨에서 런던까지 가면서 (일찌감치 예약해놓은 탓에) 당시 우리 돈으로 2만 원에 불과할 정도로 쌌다는 점이 제일 신기했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은 만족도 측면에서 여성 승무원의 우아한 미소나 품격있는 서비스를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요즘 저가항공사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유럽의 최대 저가항공사인 '이지젯' '라이언에어'를 필두로 미국, 아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저가항공사들이 계속 생겨나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형 항공사에 비해 절반 혹은 3분의 1 가격에 여행할 수 있다는데 좋아하지 않을 여행객이 어디 있겠는가. 국내의 저가항공사들은 상대적으로 덜 싼 가격 탓에 '진정한 저가항공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지만 현재 5개의 항공사가 운항 중이다. 이들 중 3곳은 지난해 흑자를 냈고 나머지 2곳(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은 올해나 내년쯤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시도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저가항공사 설립에 나섰고 포항시도 뛰어들 태세다.
그렇지만 포항의 저가항공사 설립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다른 곳처럼 설립을 제안한 기업도 없는데 포항시가 앞장서 민관 합작법인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많다. 목표 자본금 400억 원을 모으는 것도 그렇지만, 현재도 노선 경쟁이 치열한데 후발 항공사가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인구가 포항보다 4, 5배나 많은 대구시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 포항시가 대담한 계획을 내놓는 데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것이 좋다. 부실한 저가항공사는 시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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