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자는 초등학생을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한 범인이 검거됐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31일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에 관한 특별법)로 고모(23) 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고 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1시 30분쯤 나주시 한 상가형 주택에서 잠을 자는 A(7'초교1) 양을 이불째 납치해 300m가량 떨어진 영산대교 밑에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 씨는 범행 후 달아났다가 31일 오후 1시 25분쯤 순천시 풍덕동 모 PC방에서 검거됐다.
고 씨는 애초 범행을 부인했지만 경찰의 추궁에 "술김에 그랬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고 씨를 상대로 범행동기와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수사 결과 30일 오전 1시 13분쯤 PC방에서 나온 고 씨는 A양의 집으로 가 자고 있는 A양을 이불째 납치했다. '살려달라'는 A양의 애원에도 고 씨는 '삼촌이니 괜찮다'며 안심을 시키고 300m가량 떨어진 영산대교 밑에서 성폭행했다. A양은 직장이 파열되는 등 중상을 입었으며 볼에는 강하게 물린 자국도 있었다.
범행 후 나주 일대를 배회하던 고 씨는 태연히 찜질방에서 하루를 묵고 31일 오전 광주를 거쳐 시외버스를 타고 순천으로 향했다. 고 씨는 이날 오후 1시 25분쯤 순천의 단골 PC방에 갔다가 잠복한 경찰관들에게 붙잡혔다. 고 씨는 PC방에서 '나주 성폭행범' 관련 기사를 검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인이)삼촌이라 했다. 어두운 옷을 입었다. 머리가 짧았다"는 A양의 진술을 듣고 용의자를 찾았다. 경찰은 동네 사정에 밝은 제보자로부터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고 씨의 이름을 확인했다.
그러나 신속한 범인 검거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대응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 경찰은 200여 명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이면서도 A양을 찾는 데 신고 시각부터 5시간 30분을 보냈다. 그동안 A양은 태풍 '덴빈'으로 몰아치는 비바람 속에 집에서부터 불과 250m 떨어진 지점에 홀로 방치돼 있었다.
고 씨는 원래 A양 언니(13)를 범행 대상으로 노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 씨는 1일 자정쯤 조사를 마치고 나와 "첫째 딸을 노렸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예"라고 짧게 대답했다. 고 씨는 술에 취해 피해 어린이 A양의 집에 들어가 A양의 언니를 범행 대상으로 노렸으나, 대신 거실 입구에서 자고 있던 A양을 이불째 안고 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술김에 그랬다"며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진술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고 씨는 평소 드나들던 PC방에서 만난 A양 어머니와 집, 가정형편 등을 알고 있었다. 경찰은 고 씨가 A양 어머니보다 1시간가량 먼저 PC방에서 나온 점도 계획적 범행이었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A양의 집이 길거리와 맞닿아 있는 상가형 주택으로, 미닫이 형태의 문만 열며 곧바로 거실이어서 범인이 손쉽게 피해 어린이를 안고 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 완도에서 중학교를 중퇴한 고 씨는 지난 5월부터 뚜렷한 주거지 없이 나주와 순천을 오가며 막노동을 했다. 고 씨는 당시 마을 주민의 돈을 모은 금고를 훔쳤다가 쫓겨나다시피 고향을 떠났다고 가족은 전했다. 최근 잦은 비로 일감이 없어진 고 씨는 며칠 전 작은아버지 가족이 사는 나주로 와 술집과 PC방을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일로 번 돈도 술값과 PC방, 여관비로 썼다. 절도죄로 벌금 전과가 1건 있었지만 성범죄 전력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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