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교 봉사'도서관…개척 교회의 '소통'

열악한 재정…밀착형 봉사 선교 서울처럼 대형교회 지원도 필요

기독교계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하다. 대형 교회들은 많은 신자와 풍부한 재정으로 선교와 지역 사회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개척 교회들은 재정적인 열악함으로 지역을 개척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꿋꿋이 지역민들에게 다가가 교회를 알리고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작은 교회들이 적잖다.

◆지역 밀착으로 헤쳐가

주안교회(경산 창방동) 한창희(47) 목사는 지난해 3월부터 인근 거주 중학생들의 등교를 책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학교까지 걸어가기가 다소 멀다는 점에 착안해 매일 아침 승합차를 이용해 학생들을 학교까지 태워주고 있다. 한 목사는 지난해 1월 이 지역에서 개척 교회를 열었는데 교회를 알리고 지역을 섬기려는 방안을 찾다 등교 봉사를 시작한 것. 한 목사는 "처음에 이를 알리기 위해 아파트마다 홍보물을 붙이고 신청을 받았다"며 "지금은 8명가량이 꾸준히 이용하고 있는데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고 주변 상가들에서 칭찬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예촌루터교회(대구 달서구 송현동)는 동네도서관을 선택했다. 10월 중순에 주민자치위원회와 협력해 1층 친교실을 130㎡ 규모의 도서관과 수다방으로 꾸밀 예정이다. 이 교회는 동네도서관에 교인과 지인에게 기증받았거나 사들인 3천500권 정도의 책을 배치해 주민 누구나 와서 책을 읽거나 대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고병휘(41) 목사는 "동네도서관을 통해 교회 문턱을 낮춰 주민들의 소통과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라며 "앞으로 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좌 등도 열 생각"이라고 했다.

큰기쁨의교회(달서구 죽전동)는 교회를 아이들의 쉼터로 꾸몄다. 교회에 책도 마련해놓고 40여 가지의 놀이기구도 갖춰 동네놀이방 분위기로 만든 것. 임기택(42) 목사는 "주변의 맞벌이 부부나 결손가정 아이들이 갈 데가 없는 것을 고려해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교회를 개방, 아이들이 찾아오게 하고 있다. 현재 150명 정도의 아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임 목사는 한때 미취학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글과 수학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대형 교회의 지원 절실

현재 대구에는 미자립 개척 교회가 700여 개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 개척 교회들은 지역에 좀 더 가까이 가는 봉사를 통해 열악함을 타개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상당수 개척 교회들은 선교의 한계 때문에 자포자기하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 속에 지난해 2월 대구의 45개 개척 교회가 참여하는 '대구개척교회연합회'가 발족됐다. 본리성덕교회 권병근(47) 목사를 회장으로 개척 교회들 스스로 뭉쳐 서로 돕고 힘을 키우는 한편 지원 사업도 펼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재 활발한 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권 목사는 "초창기에는 다른 지역에서 후원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연합회 차원의 후원자를 구하지 못해 큰 사업이나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독계는 개척 교회의 정착과 자립을 위해서 무엇보다 목회자들 스스로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하지만 대형 교회의 행정'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올 7월 서울에서는 개척 교회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한국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가 발족했지만 아직 지역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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