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식도 역류질환'은 20년 전만 해도 서구에서나 발생하고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국내 연구에 따르면, 위 내시경 검사를 받은 사람 중 2~8% 정도에서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위 속에 있던 내용물이 식도로 거꾸로 올라와 여러 불편함과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 '위-식도 역류질환'이며, 점막을 파괴하고 염증까지 일으킨 상태를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부른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흔히 접할 수 있는 소화기질환이 됐다. 이유는 식생활을 비롯한 생활환경의 서구화, 고령 인구 및 비만 인구의 증가와 함께 의료진의 인식 변화와 관심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가슴 통증 외에도 다양한 증상 나타나=위-식도 역류질환은 위와 식도 사이에 있는 괄약근에 문제가 생겼을 때 주로 생긴다. 식도 괄약근은 평소 닫혀 있다가 음식을 먹거나 트림을 할 때에만 열리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겨 이 괄약근의 조이는 힘이 느슨해지면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게 되고, 역류한 위산이 식도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역류성 식도염까지 생긴다.
위-식도 역류질환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가슴 부위의 쓰린 느낌 ▷타는 듯한 통증 ▷신물이나 쓴 물이 올라오는 느낌 등이 자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위산이 역류했을 때 생기는 전형적인 증상보다는 오히려 ▷명치 부위의 통증 또는 불편감 ▷식사 후에 체한 느낌 ▷구역질 또는 구토 증상 ▷원인이 불분명한 가슴 통증 ▷목에 이물질이 있는 느낌 ▷음식을 삼킬 때 가슴에서 걸리는 느낌 ▷쉰 목소리 ▷만성 기침과 천식 등 다양한 특이 증상에 괴로워하는 경우가 더 많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있을 때에도 위산 역류와 같은 특징적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이 때문에 위장이나 심장 질환 등 다른 원인으로 착각하고, 몇 년씩 검사와 치료를 받다가 뒤늦게 제대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위-식도 역류질환은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화기내과 전문의들도 진단이 쉽지 않은 질환으로 여기고 있다.
가슴을 쥐어짜거나 꽉 누르는 듯한 갑갑한 통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흔히 심장질환에 의한 통증, 즉 협심증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관상동맥(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동맥) 질환을 떠올리게 된다. 만약 심장 관련 검사를 받아도 아무 이상이 없다면 위-식도 역류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실제 식도에 의한 통증과 심장 통증은 증상만으로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비슷하다. 특히 협심증 약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통증이 사라지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더욱 구별을 어렵게 만든다.
◆증상만으로 구별이 쉽잖은 질환=만성 기침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 우선 기침을 일으킬 만한 호흡기 질환을 찾기 위한 여러 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호흡기 질환이 없더라도 기침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위-식도 역류질환은 만성 기침의 세 번째로 흔한 원인이다.
실제로 호흡기질환에서 나타나는 기침과 비교할 때 증상의 특징이나 발생시간 등에서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는 기침이 오래갈 경우에는 위-식도 역류질환이 아닌지 검사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의 25% 정도는 이비인후과와 관련한 이상 증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령 목이 자주 쉬거나 목에 이물질이 달라붙은 느낌, 가래를 반복해 뱉고 싶은 느낌, 목의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나타나도 대부분 위 내시경 검사에서 식도염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 이 때문에 필요하다면 '24시간 식도 산도 측정'과 같은 검사를 통해 역류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에 따른 약물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속 쓰림이 있으면 흔히 위나 십이지장 궤양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위-식도 역류질환도 속 쓰림의 중요한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내에서 위-식도 역류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명치 부위의 통증'이 가장 흔한 증상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따라서 윗배에 원인이 불분명한 통증이나 불쾌감이 지속적으로 있고, 식사 후에 체한 느낌이 반복됨에도 정확한 원인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위-식도 역류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생활습관을 바꾸면 예방 가능=이런 증상이 있으면 우선 위 내시경 검사를 통해 식도와 위장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식도와 위의 경계 부위에 역류 탓에 헐어 있는 부분을 찾는다. 만약 그런 증상이 보이면 쉽게 진단을 내리고 치료도 시작한다. 그러나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내시경 검사상 식도는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증상을 설명할 만한 이상도 발견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 환자는 식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심지어 화병이나 원인 불명의 불치병을 앓고 있다고 스스로 진단하게 된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권중구 교수는 "병원을 찾는 사람들조차 상당수가 위-식도 역류질환은 그저 신물이 올라오는 병이고, 다른 소화기나 호흡기 증상은 역류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증상에 따라 위산 분비를 조절하는 약을 1주일 이상 복용한 뒤 증상이 완화된다면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고 했다.
위에 있는 내용물이 역류하는 상황을 피하려면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먼저 고지방 식품의 섭취를 줄인다. 동물성 지방이 많은 음식은 식도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들고, 위산 분비를 촉진하며 위에 음식이 머무는 시간을 길게 해 그만큼 역류 가능성을 높게 만든다. 과식도 마찬가지 이유로 피해야 한다. 흡연은 식도 괄약근을 약화시키므로 삼가야 한다.
알코올, 커피 등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식사 후 바로 눕거나 구부린 자세를 취하면 위 속 내용물이 위-식도 연결 부위에 있어서 그만큼 역류가 쉬워질 수 있다. 잠을 잘 때 상체 부위를 약간 높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복부 비만도 원인이 된다. 복부에 있는 지방이 복압을 높여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복압을 낮추기 위해 체중을 줄이고, 허리띠를 꽉 졸라매거나 꽉 끼는 바지를 입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권중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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