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모자람과 다름의 차이

지난주에 오랜만에 감동적인 영화를 보았다.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이라는 제목의 영화는 자폐증을 극복해가는 한 여성에 대한 실화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템플은 보호 시설에서 평생을 살아야 할 발달장애인으로 의사가 진단했지만, 어머니의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자기만의 벽을 뚫고 당당히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현재 콜로라도 주립대학에서 동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미국 가축시설의 3분의 1이 그녀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고 한다. 그녀가 바꿔놓은 것은 비단 축산업뿐만이 아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자폐 성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더 나아가 자폐 성향에 대한 인식까지 바꿔놓았다.

자폐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대인관계장애, 언어장애, 변화에 대한 장애로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 템플도 유년 시절 엄마와 접촉을 피하고 심지어 눈도 마주치지 않자 엄마가 절망하는 장면이 나온다.

게다가 그녀는 4살까지 말을 못하고, 엄마가 단어를 가르치려고 똑같은 단어를 계속 읽어 주는 장면이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대인과의 관계를 기피하는 자폐증의 전형적인 증상들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템플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딸을 보호시설에 보내지 않고 헌신적인 노력으로 일반학교로 보낸 어머니와 자신의 남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해 준 선생님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고 대학원까지 간다. 또한 자신을 알아주는 눈이 안 보이는 친구를 위해 두렵지만 팔을 내주면서 사람과의 접촉에 대한 어려움도 극복해 나간다. 자폐증은 열리지 않는 문이 아니다.

템플 그랜딘은 테드(TED: EBS에서 방영하는 글로벌 특강)에서 '세상은 왜 자폐를 필요로 하는가?'라는 주제로 한 개인으로서의 자폐아가 아닌 이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소수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카우보이 복장의 이 여성은 말한다. 세상을 살고 있는 소수의 사람은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실제로 TED 강연을 보면 이 여성이 영화에서 자폐아로 그려지는 여성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조금 다를 뿐 전혀 무언가가 결여 되어 있지는 않다.

이 영화를 통해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살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모자란 사람으로 남겨져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우리 모두가 모자람을 다름으로 인정해 주고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이들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면 우리 사회와 우리 삶은 더욱 풍성해지고 건강해질 것이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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