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0일은 온가족이 함께 모여 풍성한 음식으로 차례를 지낸 후 전통놀이 등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다. 하지만 전통문화는 현대화된 추석 분위기에 맞춰 점차 사라지거나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는데 '반보기'도 그중 하나이다. '반보기'는 시집온 며느리를 위로해 주는 문화였다. 추석 이후 농한기에 여성들이 일가친척이나 친정집 가족들과 양쪽 집의 중간 지점에서 만나 회포를 푸는 풍속으로 원래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의 만남이 기원이다. 당일치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거리가 멀 경우 부득이 양쪽 집의 중간 지점에서 만났다가 그날 안에 집으로 돌아가는 애틋한 풍속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추석이 사흘 연휴로 정착되고 교통수단이 발달함에 따라 차례라든가 시댁의 중요한 일을 마치면 친정에 다니러 가는 것이 자연스레 자리 잡으면서 반보기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추석은 우리에게 있어서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는 날, 부모님 찾아뵙고 못다 한 효도를 하는 날, 오랜만에 만난 형제들과 우애를 나누는 날이다. 그런데 요즘은 형제들 의리 상하는 날, 돈만 쓰고 피곤한 날로 비치는 등 추석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기도 해 안타깝다. 혈연이나 결혼으로 이루어진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미리부터 가져 본다.
"나는 그의 마음속에 있는 묵은 상처를 건드렸다." "우리 집에 닥친 위기는 오히려 가족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역할을 하였다."
앞서의 문장에 나오는 '묵다'와 '묶다'를 구별해 보자. '묵다'는 일정한 때를 지나서 오래된 상태가 되다, 일정한 곳에서 나그네로 머무르다라는 뜻으로"묵은 때를 벗기다." "산행하다가 근처 절에서 하루를 묵었다."로 쓰인다. '묶다'는 끈 줄 따위를 매듭으로 만들다, 법령 따위로 금지하거나 제한하다, 사람이나 물건을 기둥, 나무 따위에 붙들어 매다는 의미로 "아이는 나무에 염소를 묶어 두고 낮잠을 자고 있었다." 로 활용한다.
'궂다'와 '굳다'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궂다'는 비나 눈이 내려 날씨가 나쁘다, 언짢고 나쁘다는 뜻으로 "마음도 심란한데 날씨마저 궂다." "그는 삼촌이 시키는 일이라면 아무리 궂은일이라도 가리지 않고 했다."로 쓰인다. '굳다'는 무른 물질이 단단하게 되다, 표정이나 태도 따위가 부드럽지 못하고 딱딱하여지다라는 의미로 "밀가루 반죽을 오래 그냥 두면 딱딱하게 굳는다." "꾸지람을 듣자 그의 얼굴을 곧 굳었다."로 활용한다.
형제자매 사이에 우애가 있고 화목한 가정은 누군가가 사랑과 희생으로 가족을 아우르기 때문이다. 서로가 묵은 감정을 풀어헤치려 하지 말고 스스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을 때 화목이란 단어는 저절로 찾아온다. 보름달만큼 풍성한 추석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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