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부 전문가 학교경영컨설팅 받은 영양여고

"잠시 부끄러움 무릅쓰고 학교 경쟁력 강화 선택"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영양여고의 새로운 시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영양여고는 지난달 초부터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학교경영컨설팅을 받고 있다. 학교경영컨설팅은 학교 운영의 문제점을 다방면에서 파악해 교육의 질과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김천여고 홍석진 교감, 울산 학성중 김종덕 교감 등 외부 전문가 7명은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의 교육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학교경영컨설턴트 양성과정' 지원자. 이들은 지난달 31일 현장 실습을 위해 개발원 측에 미리 컨설팅을 받겠다고 의뢰한 영양여고를 방문했다.

학년당 3학급씩 운영하는 영양여고는 농어촌 자율고로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고교. 2012학년도 수능시험의 언어'수리'외국어영역 2등급 이상 재학생 비율 순위를 따질 때 전국 2천여 개 고교 중 152위를 차지했고, 매년 졸업생의 90% 이상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할 정도여서 작지만 강한 학교로 이름을 알려온 고교다. 그럼에도 영양여고가 외부에 컨설팅을 의뢰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지난 3월 부임한 영양여고 오운석 교장은 두 차례 교내 워크숍을 통해 학교의 문제점들을 확인했지만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직원 간 소통이 안 된다는 불만이 많더군요. 신입생 모집도 문제죠. 서울대가 전부는 아니지만 우리 같은 시골 고교가 학부모, 학생의 이목을 끌어 신입생을 모으려면 서울대 합격생이 배출돼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4년 동안 서울대에 들어간 학생이 없었어요. 진학지도 방법도 재점검해봐야 하는 것이죠."

실제 영양여고는 3학년보다 2학년이, 2학년보다는 1학년의 학력이 떨어지는 상황. 더구나 매년 15명 내외의 학생이 입학 후 1학기 내 전학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외부에 컨설팅을 의뢰하는 것은 학교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양여고는 찰나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변화를 택했다. 개발원 측이 전국 고교를 대상으로 컨설팅 신청을 받았으나 변화에 둔감하다고 비판받는 대구 고교들이 이를 외면한 것과 대조되는 부분.

이날 컨설팅팀은 ▷대입 정시모집과 교과 위주 교육과정을 바꿔 창의적 체험활동 강화, 다양한 교내'외 행사 참여 등으로 수시모집 경쟁력 강화 ▷순환보직제 실시로 교사들의 인사 불만 해소 ▷입학사정관 초청 강연, 입시설명회 참석, 교사 연수 등으로 진학지도 전문성 강화 등을 제안했다.

컨설팅팀의 홍석진 교감은 "일방적인 전달 위주가 아니라 서로 의견을 나누며 진행되는 학교경영컨설팅이 실시될 수 있었던 것은 영양여고 교직원들의 의지와 열정이 있었던 덕분"이라며 "많은 학교에서 학교경영컨설팅이 적극적으로 이뤄져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 만족하는 곳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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