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한국 춤에 대한 편견

축구, 야구 등 스포츠 경기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해당 종목의 규칙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규칙을 알고 보면 재미있으나 모르고 보면 흥미를 가질 수 없듯이 모든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문화의 규칙,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보편성과 함께 특정 문화권에서 만들어진 그들만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진정으로 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인식의 틀로서 '동도동기론'(東道東器論) 즉, 동양의 문화적 산물을 동양의 사유체제와 사상적 맥락에서 해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우리나라의 춤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한국 춤은 한국인의 삶과 사상이 응축된 표현 미학의 결정체로 초기 원시사상, 유교, 도교, 불교 등 여러 사상이 반영된 미의 표상물이다. 또한 기교보다는 내면에 숨어 있는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으며 자연에서 얻은 춤사위와 자태를 강조하여 곡선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한과 멋을 춤 속에서 풀어내는 신명과 느림을 특징으로 갖는다.

느림은 빠름의 상대적인 개념이다. 느리다는 것은 천천히 가는 것이다. 천천히 음미하며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맛을 통해 삶을 관조하고 누리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적인 주관의 시간성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느림은 깊이를 맛보게 한다. 빠르게 휙 지나가버릴 것도 모두 바라보고 응시하고 반응하고 맛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느림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에게는 느리다는 것은 뒤처지는 것이고 둔한 것이며 따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느림의 미를 지닌 춤에서는 빠른 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품과 절도를 발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높은 수준의 예술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 춤의 감성은 느림의 여유와 풍성함, 그리고 한가로움을 사랑하는 데 있다.

그러나 서양의 미적 체계를 중심으로 한국 춤을 이해할 경우 한국 춤은 기교가 떨어지고 단순 소박하며 지루하고 예술성도 떨어진다는 편견을 갖게 된다. 이러한 편견은 우리문화의 원리를 모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은 문화의 특수성이 보편성을 획득하는 기초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춤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 춤의 특성과 원리를 이해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오레지나<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