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문화예술기관 수입률

문화예술 발전과 관련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가 공공 문예회관의 재정자립도다. 대체로 외부에서는 '지출 대비 수입률(재정자립도)이 너무 낮다'고 비판하고, 현장 종사자들은 '수입률로 문화예술기관의 역할을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압박이 이어지니 공공 문예회관의 대표들은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낸다. 스타 초청 공연, 각종 대관 공연, 부대시설 사업(주차 수입, 식음료 판매 등) 등이 그런 예다.

우리나라 문예회관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011년 현재 20% 내외다. 총지출 대비 20% 안팎의 수입을 거뒀다는 것이다.(대구는 대략 30~40%이다) 세계의 유명 문예회관들이 한 자릿수 재정자립도를 기록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대단히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 문예회관의 높은 재정자립도를 훌륭하다고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세금으로 문예회관을 운영하면서, 시민들이 따로 20% 추가 지출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예술 관련 종사자들은 세금으로 지원되는 운영비를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경쟁력이란 '많은 수입을 이끌어 내는 사업'(재정자립도)이 아니다.

진짜 경쟁력은 직원들이 얼마나 전문적이며 효율적으로, 시설을 관리 운영하고, 좋은 작품을 기획해서 시민들에게 저렴한 값으로 다양한 작품 관람 기회를 제공하느냐에 있다. 더불어 지역 예술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창작 및 공연기회를 제공하느냐, 지역의 소재와 인프라 및 지역 예술인의 재능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을 얼마나 많이 만들고 공연'전시하느냐에 있다.

사회적 인프라인 도로를 관리 운영함에 있어 '통행료'를 얼마나 더 거둘 것이냐에 신경 쓴다면 그것은 이미 공적인 사업이 아니다. 도로의 경쟁력은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화와 예술, 나아가 문화예술회관 역시 마찬가지다.

공공 문예회관의 재정자립도를 올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부 기관으로 하여금 각 부서별로 돈벌이에 나서라는 말과 같다. 세금으로 운영되며 모든 결정권을 쥔 정부 기관이 돈벌이를 하겠다고 덤비면 민간 사업자는 설 자리가 없어지고, 시민은 세금을 낼 이유가 없어진다. 경찰의 경쟁력이 돈벌이가 아니라, 치안과 대국민 서비스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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