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나이 마흔 목소리에 책임져라

현대는 개개인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루트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시대다. 각종 SNS를 통해 수시로 글과 사진을 주고받는데 익숙해져 있기는 하지만 예전의 아날로그 방식보다 그 깊이감은 미치지 못한 느낌이다. 아날로그 시절, 감정 표현의 대표적인 수단은 직접 대면하여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고, 그중에서도 최고의 표현 단계는 노랫소리일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악기가 있지만 사람의 성대에서 만들어지는 섬세한 소리보다 표현력이 뛰어날 수 있을까.

몇몇 가수의 노래를 듣다 보면 어찌 저리도 절절한 감정을 표출할까 탄복하며, 가수의 목소리에는 그의 인생이 투영되어 있다는 말에 크게 공감하게 된다. 'I'm a fool to want you'로 유명한 재즈 가수 빌리 할리데이의 목소리에는 삶의 고통을 승화시켰다고 표현될 만큼 그녀의 고단했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실려 있다. 또한, 이에 못지않은 인생 역정의 에디트 피아프 또한 진한 구슬픔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고단했던 인생 역정을 녹여내고 있다.

관상(觀相)이 얼굴에서 사람의 성격과 인생을 읽어내는 것이라면, 사람의 목소리를 읽어내는 음상학(音相學)에서는 음성에서 사람의 됨됨이와 행동 양식, 출신 지역, 심지어 교육 수준과 교양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굳이 상(相)을 읽는 전문적 지식이 없다 하더라도 얼굴에서 개인의 분위기를 조금은 감지해 낼 수 있듯, 누구나 목소리와 말투를 통해 상대방의 성격과 특징을 가늠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목소리를 얼굴과 마찬가지로 상을 읽는 단서로 삼았다는 셈이다.

특히 현대처럼 하루에도 수십 통씩 유선상의 대인관계를 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어쩌면 얼굴보다 목소리가 때로는 더욱 강력한 자기표현의 수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가지각색이다. 목소리를 통해 짐작한 그 사람의 인상은 직접 만나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에이브러햄 링컨의 명언을 패러디해 '나이 40이 넘으면 자기 목소리에 책임을 져야 한다'해도 무리는 아닌 듯.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목구멍이 움츠러들면서 지난 과거에 나의 음성으로 인해 상대방이 나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구축한 적은 없었을지 염려가 밀려온다. 부디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았기를 바라면서, "흠, 흠, 아, 아" 자꾸 목청을 가다듬어 본다. 조금 더 좋은 관상(觀相), 아니 더 좋은 음상(音相)으로 거듭나길 소망하며.

조자영<한국패션산업연구원 패션콘텐츠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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