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삼력의 시네마 이야기] 두 번째 영화가 중요하다

매년은 아니지만 놀랄 만한 데뷔작을 선보이는 신인감독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들의 작품은 흥행 또는 작품성에서 첫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놀랄 만한 성취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데 사실 그 감독들의 앞날은 두 번째 영화에 달려 있다.

대개 감독의 첫 작품은 여러 면에서 부족한 여건에서 제작되지만, 연출자 본인은 지금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모두 쏟아붓기 마련이다. 그래서 빛나는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두 번째 영화는 좀 다른 양상이 된다. 첫 번째 영화의 성공으로 얻은 충만한 자신감으로 훌륭한 영화를 연속해서 만들어내는 감독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감독들도 많다.

후자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자만심과 창작 에너지의 고갈을 들 수 있다. 본인은 잘 의식하지 못하지만, 무척 긴장하며 만들었던 첫 영화에 비해 두 번째 작품은 알게 모르게 나태해지는 측면이 있다. 이미 영화를 연출해 봤기에 보다 수월하게 새 작품을 진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작품에 대한 준비 부족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일종의 '교만'인 셈이다.

또 다른 이유로 부족한 창작 아이디어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각본을 연출자 본인이 쓸 때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면 다를 수 있겠지만, 연출자 대부분은 첫 영화에 지금까지 본인이 가진 모든 이야깃거리를 동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 어느 정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새로운 작품을 준비해야 하지만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신인감독이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는 많지 않고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직업이 아니기에 연출자는 곧장 다음 작품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전 칼럼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생계를 위해 다른 직업을 겸업하는 것은 일시적인 생활을 해결해 줄지 몰라도 이야기의 창작 자체를 빈약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그러므로 이런 교만과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연출자만이 장기적으로 감독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하여 지금 두 번째 영화를 준비하는 감독이 있다면 정신을 다시금 가다듬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이 직업인으로서 영화감독이 되느냐 예전에 감독이었던 사람이 되느냐의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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