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가 넘치는 시대
# 기하학적 구성과 색채
# 아무런 의미 담지 않아
흔히들 '그림'하면 색과 면, 선을 떠올린다. 그런데 이교준의 그림은 낯설다. 기계적인 직선이 수평과 수직으로 교차하고, 그 외에 어떤 메시지도 없다. 관객들은 이 차가운 그림 앞에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미지 과잉의 시대, 그의 작품은 어떤 의미를 품고 있을까.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단순한 데에서 시작했어요. 분할의 문제죠." 이교준은 '면을 선으로 나누는 것'에 천착해 오랫동안 작업해왔다. 그는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라고 말한다.
"이제 미술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는 다 풀렸다고 봐요. 정말로 새롭고 심오한 미술은 이제 없죠. 단지 저는 알고 있는 것을 계속 되묻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캔버스의 면을 선으로 분할한다. 그의 선은 날카롭고 냉정하다. 알루미늄의 사각 면은 정교하게 분할해 아크릴, 납 등과 결합시키기도 한다. 나무 상자 안에 면을 나누어 이를 선보이기도 한다. 그는 30여 년간 현대미술가로서 오로지 이성적인 작품만을 고집해왔다.
다채롭고 현란한 이미지들이 넘쳐나고, 그에 따라 의미들도 넘쳐나는 시대다. 그는 이런 시대와는 오히려 반대의 입장을 지키고 있다. "너무나 의미가 많은 시대, 제 작품은 의미를 갖지 않아요. '무의미의 예술'을 추구하는 거죠."
그는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재료를 통해 그만이 가진 개념을 변주한다. 알루미늄, 캔버스, 나무박스를 통해 그의 개념은 그 표정을 달리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대형 캔버스 안에 다양한 색을 넣은 작품 시리즈 '윈도우'(window)를 대거 선보인다. 기하학적 구성과 색채만을 대상으로 해 풍부한 감각의 차원을 열어 보인다.
"한때 작품이 흔들린 적이 있어요. 현실적인 욕심이 생기기도 하니까요. 붓의 터치감과 흐릿한 형상이 작품 위로 나타났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욕심을 덜어냈어요."
그는 작가의 개입이 사라진 매끈한 화면으로 작품의 이성적 명료함을 더해간다. 그는 그림이 어렵게 보일까 봐 우려한다. '사색하는 척, 있는 척' 하면 초심을 잃는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태도에서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믿는다.
항상 지금의 작품이 완성된 지점이 아니란 것을 강조한다. 그의 작품은 오늘도 진화하고 있다. 이교준의 리안갤러리 초대전은 10월 13일까지 열린다. 053)424-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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