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은 어쩐지 정겹다. 입안에 느껴지는 까슬한 감촉도 낯설지 않다. 은근한 정이 배어있는 고향 친구 같다. 소박한 촌맛으로 마니아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보리밥은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의 음식이 되었다. 중장년층의 경우 어릴 적 웬만한 부잣집을 제외하고는 쌀 한 톨 섞이지 않은 꽁보리밥을 먹었다. 그땐 하얀 쌀밥을 그렇게도 동경했지만, 요즘은 보리밥이 성인병에 좋은 '건강음식'으로 대접받고 있다. 다나상조㈜ 김웅열 대표는 "요즘은 예전의 토속적인 맛을 내는 음식점이 드물다"며 "몇 달 전 우연히 '시골 보리밥'에서 밥맛을 본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드나드는 단골이 됐다"고 말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도 촉촉이 내리는데 오늘 점심은 시골 보리밥으로 갑시다." 김 대표가 점심을 사겠다고 제의하자 지사장과 지점장들이 "우와! 분위기를 아는 멋쟁이"라며 우르르 따라나선다.
시골 보리밥은 대구 달서구 달성고등학교 맞은 편 골목에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모두 보리밥에 얽힌 사연들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보리밥집이라 단출한 밥상일 것으로 생각했으나 예측이 빗나갔다. 상차림이 시작되면서 비지찌개, 박나물 등 정겨운 반찬이 한둘씩 선보인다. 상추와 고추 등 제철 채소와 끓인 된장은 기본이다. 금세 나물 반찬으로 상이 그득해진다. 큰 그릇에 가득 담아낸 무청 시래기가 눈길을 끈다.
김 대표는 "보리밥은 나물 반찬과 조합을 잘 이뤄야 제맛을 낸다"며 "싱싱한 야채와 나물을 골고루 고추장에 잘 비벼야 하고, 구수한 된장이 맛을 거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칼칼한 된장 냄새가 시장기를 재촉한다. 무청 시래기부터 맛을 본다. 약간 질깃한 식감이 씹는 맛을 선사한다. 순수한 시래기 맛이 입안에 감도는 그 느낌이 좋다. 반찬을 보면 그 집 주인의 음식 솜씨를 가늠할 수 있는 법. 모든 반찬은 짜지 않고 심심하면서 제맛을 낸다.
다나상조 여옥향 본부장은 "시골 보리밥은 주변에서 맛으로 꽤 소문난 집"이라며 "특히 무청 시래기는 가마솥에 푹 삶은 것이라서 더욱 깊은 맛을 낸다"고 설명한다. 장단계 서대구 지사장은 "시골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된장 맛은 약간 칼칼하면서도 구수해 마치 어릴 적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한다"고 평가한다.
김옥수 남대구 지사장은 "이 집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전통적인 양념으로 맛을 낸 시골 밥상"이라며 "특히 끝 맛이 깔끔하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지윤 동대구 지사장도 "모두 그렇게 느끼지만 역시 이 집의 특징은 전통적인 된장 맛, 그리고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무청 시래기 맛"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시골 보리밥을 개척(?)한 오연옥 지점장은 "단순한 보리밥 식당이지만, 음식에 주인의 정성이 깃들여 있다"며 "다음에는 꼭 청국장 맛을 보여주고 싶다"고 추천했다.
정태조 지점장도 "영업을 하러 다니다 보면 온갖 음식을 경험하게 돼 음식 맛을 잘 아는 편"이라며 "이 식당은 멸치와 다양한 양념으로 맛을 내 누구나 한 번 먹어보면 순수한 음식 맛에 빠져들게 된다"고 소개한다. 서임선 지점장도 "음식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종합예술로 요즘은 '장수' 시대를 맞아 모두 웰빙음식을 찾아다니는데 이 집은 손님들의 건강을 위한 식탁"이라고 평가했다.
시골 보리밥 엄지원 사장은 "자극적인 요즘 음식과는 다르게 어릴 적 먹던 옛날 방식 그대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밝힌다. 30여 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음식은 약간 심심할 정도다. 하지만 끝 맛이 깔끔하고 먹고 난 후에도 속이 편안한 것이 특징이다.
메뉴는 비교적 단출하다. 보리밥정식 5천원. 청국장정식 6천원, 무청코다리찜 1만7천원(소)'2만5천원(대), 아귀찜 2만5천원(소)'3만5천원(대). 열무국수와 콩국수는 각 5천원, 해물파전 8천원이다. 예약은 053)651-9270.
#추천 메뉴-무청 코다리찜
시래기 깊은 향 스민 코다리…새로운 맛의 경험
시골 보리밥의 코다리찜은 무청 시래기를 풍성하게 깔고 그 위에 큼지막한 코다리를 얹었다.
별다른 조미료 없이 양념과 멸치만으로 맛을 낸 시래기의 깊은 향이 코다리찜에 스며들어 있다. 시래기는 약간 매콤한 듯 하면서 감칠맛이 강해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다른 반찬은 생각나지 않는다. 새송이버섯과 감자, 당근 등에도 시래기 맛이 스며들어 있다. 코다리 몸통 속에는 쪽마늘이 통째로 숨어 있다. 푹 익힌 통마늘을 찾아내 맛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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