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대구 중구 동산동 신명고 옆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오래된 한옥 한 채가 나왔다. 조선 전기 문신인 서침 선생의 덕을 기리기 위해 1665년에 세워진 옛 구암서원(龜巖書院)이다. 지난 1996년 북구 산격동 연암공원으로 서원이 이전하면서 16년간 방치됐던 옛 구암서원이 전통한옥체험 공간으로 '화려한 변신'을 했다.
출입문인 경앙문(景仰門)을 열면 나오는 4천297㎡의 서원 뜰에는 무성했던 잡초가 사라지고 널뛰기, 떡메치기, 윷놀이, 제기차기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숙박객을 위한 바비큐 파티장이 마련돼 있다.
마당 한쪽 편에는 농촌 체험학습을 위한 토마토, 옥수수, 가지, 벼 등이 심어진 텃밭이 있다. 이전되지 않고 남아있는 본채와 대문채는 20여 명이 묵을 수 있는 '한옥 게스트하우스'로 말끔하게 단장됐다. 숭현사(崇賢祠)가 자리했던 뒤뜰은 활쏘기 체험장이 됐다. 본채 가운데에 있던 널찍한 대청마루는 수북이 쌓여 있던 먼지가 사라지고 반질반질 윤이 나는 마루로 바뀌었다. 대청마루에서는 서당체험과 다도체험을 할 수 있다.
동네 주민 문숙희(63'여) 씨는 "얼마 전까지는 잡초와 나무가 우거져 깊은 산 속 같았는데 몰라보게 변했다"며 "동네 주민들끼리 틈틈이 놀러 와 옛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고 웃었다. 한국전쟁 때 구암서원으로 피란을 왔다는 한 주민(72'여)은 "어렸을 적 생각이 나 종종 놀러 온다"며 "서원을 찾는 방문객과 숙박객 덕분에 오랜만에 골목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옛 구암서원이 '한옥 게스트하우스'로 새롭게 태어난 데엔 대구 중구청 등의 노력이 배어 있다. 중구청은 지난 7월 서원에 방 4개와 화장실, 샤워장을 설치했다. 서원 뜰과 정원도 아늑하게 꾸몄다. 흙돌담벽, 나무로 된 전신주, 60년 이상 된 나무 등 옛 모습은 고스란히 보존하고 방마다 에어컨 등 현대식 편의시설을 들여놨다.
입소문이 나면서 옛 구암서원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천200여 명이 서원을 방문했으며, 183명이 숙박을 했다. 이달에도 꾸준하게 숙박 예약이 이어지고 있다.
옛 구암서원을 관리하는 대구문화유산 김태환 관리팀장은 "옛 구암서원은 1박에 4만~10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전통한옥숙박을 체험할 수 있어 외지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대구를 찾는 관광객이 저렴하게 묵을 수 있는 숙박공간을 마련하고 새로운 관광자원을 만들기 위해 옛 구암서원을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었다"며 "관광객들이 편리하게 다닐 수 있도록 보도블록을 바꾸는 등 주변환경개선 작업이 끝나는 대로 대구 도심 골목투어와 연계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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