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 맛있게 먹기] 메타연극(meta-theatre)

'연극에 대한 연극'…삶과 연극의 문제 심도 있게 다뤄

연극을 조금 더 깊게 보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이라면 '메타연극'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연극 관련 논문이나 학술적 연구를 담은 글에서는 자주 나오는 이 용어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는 아직까지도 낯선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연작품의 특성을 드러내는 일반적 설명에도 나타나고 있다. 연극의 내용이 '연극 자체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연극''연극이 연극을 이야기하는 연극''연극이 연극 스스로를 재현하는 연극'을 메타연극이라고 하는 것이다.

메타연극은 한마디로 '연극에 대한 연극'이며 '연극 자체를 문제 삼는 자기 반영(self-reflexive)적인 연극'이다. 그래서 연극의 주제와 기법 등이 모두 연극 자체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용어는 연극에 대한 연극, 혹은 연극 속의 연극, 즉 '극중극'이 나오는 연극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1960년대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라이오넬 아벨이라는 연구자가 1963년에 만든 신조어이다. 물론 아벨이 메타연극의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만든 것은 아니다. 이미 이전부터 존재했던 개념, 즉 극중극과 관련된 이론을 연장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메타연극의 특성을 담은 작품을 쓴 작가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사람은 단연 셰익스피어이다. 그의 작품 '햄릿'이나 '한여름 밤의 꿈' 등을 보면 극중극이 등장하는데 연극 속의 연극에서 연극에 대한 이야기,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연극 연구자들은 이러한 특징들을 정리하여 메타연극의 개념을 정립한 셈이다. 당연히 메타연극의 주인공, 혹은 주요 등장인물의 직업은 배우로 설정이 되어 있다. 그러니 관객은 연극 속에서 연극을 하며 삶과 연극을 돌아보며 고민하는 등장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연극 속에 연극이 등장하다 보니 메타연극은 당연히 연극이라는 예술형식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옳다 그르다는 것보다는 주어진 현실과 이상 사이의 고민을 주로 다루며 삶과 연극의 문제를 심도 있게 파악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극과 비연극, 현실과 재현의 경계를 설정하게 되고 이러한 상황은 관객이 그대로 보며 같이 고민하게 된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연극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연극보다 더 확실하게 관객에게 인식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연극이라는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던 관객은 연극 속의 연극에서 빠져나오는 무대 위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배우들의 고민을 더 이해하며 조금 더 많이 공유하게 될 수도 있다.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인 연극과 관련된 문제로 늘 고민한다. 어쩌면 연극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삶의 문제도 모두 연극과 관련시켜 고민할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연극이다. '연극은 곧 인생이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시대와 관계없이 연극인들의 모든 고민은 오직 연극이다. 어떠한 삶의 문제도 연극으로 풀고 연극으로 해결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연극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인생과 연극의 관계를 연극인과 비슷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메타연극은 유효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앞서 말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이외에도 메타연극의 고전은 많다. 그리고 새로운 메타연극도 계속 공연되고 있다. 또한 완전히 메타연극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메타연극적 요소를 지닌 작품이라고 할 만한 작품도 있다. 어쨌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연극 무대라고 생각하는 연극인, 그 중에서도 작가의 생각이 변하지 않는 한 메타연극은 계속해서 만들어질 것이다. 그래서 현대의 모노드라마는 메타연극적 특성을 많이 담고 있거나 전형적인 메타연극의 특성을 지닌 메타연극인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작가와 배우가 생각하는 세상은 연극을 떠나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삶은 곧 연극이며, 연극은 곧 우리가 사는 세상과 삶을 의미한다는 생각은 관객의 생각과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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