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타워크레인…프로는 있어도 여자
남성과 여성의 전통적인 직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남성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일에 여성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 사관생도, 여성 전투기 조종사에 이어 여성 우주인까지 나오는 시대다. 남성들과 똑같이 일하고 능력을 인정받으며 가능성과 희망을 일구고 있다.
는 없다.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위험하고 어려워 남성들만의 고유 영역이었던 분야에서 여성들이 맹활약을 하고 있는 것이다. 험한 욕설이 난무하고 이리저리 몸을 부딪쳐야 하는 공간, 우락부락한 남성들 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공간, 여성을 금기시하는 공간에서 웬만한 여성이 아니라면 버텨내기 힘들다. 높은 곳에서 타워 크레인으로 공사 자재를 옮기고 자신의 몸집보다 몇 배는 큰 버스를 능수능란하게 운전한다. 철저한 공부와 분석, 기술로 버텨내며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고 역량을 발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오늘도 '고고씽' 버스기사 김옥이 씨
"회사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으며 시민의 발이 돼 움직이는 저 자신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김옥이(51) 씨는 시내버스 기사다. 운전은 기본이고 승객 맞이, 길 안내 등 1인 3역은 물론 승객과의 시비 등으로 건장한 남성들도 힘들어하는 시내버스 기사로 일한 지 7년이 됐다. 김 씨는 남녀 임금 차이도 없고 안전운전과 섬세함 등으로 주부가 하기엔 괜찮은 직업인 것 같다고 말한다. 특히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인해 승객과의 마찰이나 사고도 적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는다.
그러나 운전을 하다 보면 아직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들에게 무시당하거나 "집에서 밥이나 하지 왜 나와서 설쳐대느냐"고 말하는 남자들이 있다는 것. 그래서 혹시 내 실수로 인해 다른 여성 기사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더 열심히 한다고 했다.
김 씨는 남편 사업(가구점)의 부도로 시내버스 운전을 시작했다. 진해에서 자라 대구 지리를 잘 몰라 처음에는 애를 먹었으나 이제는 베테랑이 됐다. 김 씨는 차에 이상이 있으면 금방 알아차린다는 것도 자신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엔진이나 타이어에 이상이 있는 상태에서 운전하면 바로 느껴진다는 것. 그래서 아직까지 큰 사고 없이 운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타워 크레인 기사 성재영 씨
서른세 살 성재영 씨는 미혼이다. 그녀는 달성군 현풍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건설 현장에서 타워 크레인 기사로 일하고 있다. 50m 높이에서 작고 가냘픈 몸매와 여린 외모로 남자도 하기 힘든 일을 당차게 하고 있다.
성 씨가 하는 일은 지상에 있는 인부들과 수시로 무전기로 연락을 취하며 대형 건자재를 옮기기 위해 타워 크레인을 조종하는 것이다. 성 씨는 "높은 공간에선 남녀 차별도 없고 시야가 탁 트여 일할 맛이 난다"면서도 "항상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작업각도를 조정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성 씨는 이 일에 만족한다. "시원한 바람 한 줄기면 피로가 싹 가셔요. 높은 곳에서 혼자 일하니까 직장 상사 눈치 볼 필요도 없고요." 처녀가 일하기에 건설 현장이 너무 험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성 씨는 오히려 인내심이 강하고 섬세한 여자가 유리하다고 했다. "젊은 남자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동안 가만히 앉아 있는 일을 견디지 못해요. 타워 크레인 기사는 남녀 구분없이 급여와 처우가 같고 세상 남자들이 모두 내 발 밑에서 일하는 느낌이 들어 행복하죠."
크레인기사는 해가 뜨면 작업을 시작하고 해가 지면 작업을 끝낸다. 크레인의 높이는 보통 60~70m. 높을 땐 100m를 넘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한텐 무섭죠.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무서워요. 어느 정도 높이를 넘어서면 감각이 없어져서 무섭지 않은데, 10m쯤이 제일 무섭게 느껴지는 높이예요."
성 씨가 무서움을 느낄 때는 따로 있다. 보통 한 번에 1, 2t씩 작업을 하는데, 자재 무게 때문에 조종석이 앞으로 기울어질 때가 있다. 또 자재를 내려놓을 때 반동으로 조종석이 뒤로 쏠리기도 한다. 수십m 상공에서 바닥을 향해 몸이 기울어질 때는 정말 무섭다고 했다.
◆자동차 세일즈 우먼 이은령 씨
자동차 판매 업계에도 여성 파워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자동차 동대구지점 이은령(47) 과장은 1993년 입사한 여자공채 1기생이다. 올해로 19년차 고참으로 잘나가는 세일즈 우먼이다.
"성공했다고 생각하죠. 남녀 차별 없이 대해준 회사가 고맙고, 특히 고객에게 감사하죠." 이 과장은 자동차 영업은 어떤 면에서는 여자가 더 장점이 많다고 말한다. 자세하고 꼼꼼한 설명과 주부로서 집안의 돈 돌아가는 것을 훤히 알고 있어 고객과의 공감대 형성에도 남자보다 유리하다는 것.
이 과장은 요즘 수입 개방으로 물밀듯 들어오는 수입차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다고 했다. 고객을 설득해 수입차를 제치고 차를 팔았을 때 성취감은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했다. 이 과장도 처음 입사했을 때는 힘들었다고 했다. 남자 선배들로부터 '여자가 왜 들어왔느냐?'는 핀잔을 들었으며, 고객들로부터는 '뭐 여자가 차를 파느냐? 차에 대해서 뭐 아는 게 있냐'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판매 대수와 꼼꼼한 일 처리, 사후 관리 등으로 남자에 비해 좋은 실적을 기록하니 간부들이 인정하더라는 것. 요즘은 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아져 여자로서 불편한 것은 없다고 했다. 이 과장은 여성들은 남자 영업사원들과 달리 고객의 욕구를 빨리 파악하고 일단 차를 판 뒤에도 사후 관리를 꼼꼼하게 하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고 영업 비결을 소개했다.
##힘쓰는 일 계속하니 숙달, 한계 넘는 보람도 최고
남녀 성(性)에 대한 대학의 학과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남자가 하는 일' '여자가 하는 일' 식의 전통적인 성 역할이 해체되면서 대학가에서도 '남자 학과' '여자 학과' 식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남성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여대생들을 만나봤다.
◆영진전문대 전경현'최성애 양
영진전문대 신재생에너지 전기계열 1학년에 재학 중인 전경현(19)'최성애(19) 양도 이른바 '남자 학과'에 도전장을 던졌다.
부모와 친구 등 주위의 만류도 있었지만 1학기를 마친 지금 두 학생은 힘들지만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최 양은 "선배 언니들의 권유도 있었지만 이 분야에 관심이 있어 지원했다"며 "공고 출신 남학생에 비해 어렵지만 가속도가 붙으면 금세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전 양 역시 "1학기 공부를 해보니 미래에 유망한 직업이란 확신을 갖게 됐고, 새로운 공부여서 도전할 의욕도 생겼다"며 "선택을 잘한 것 같다"고 했다. 실습 때 기자재가 무거워 힘들었지만 이제는 힘쓰는 것도 익숙해졌다고 했다.
전 양은 "남자도 하는데 여자라고 못할 게 뭐가 있겠느냐"며 "도전할 의지만 있다면 남녀의 차이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한국폴리텍대학 김미영 씨
한국폴리텍대학 대구캠퍼스(대구시 서구 평리동) 스마트전기과에 다니는 김미영(41'여) 씨는 중학교 2년(15) 아들과 초등학교 3년(10) 딸을 둔 주부. 1학년 1학기를 마친 김 씨는 현재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감도 얻었다.
"성적이 그런대로 잘 나왔어요. 저도 열심히 했지만 동료들과 교수님의 지지가 컸습니다."
김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줄곧 출판업계에서 편집일을 해왔다. 그런 그가 마흔이 넘어 제2의 인생을 위해 스마트전기과에 입학한 것. 김 씨는 "지금의 나이에 늦은 시작일 수도 있겠으나 순간의 선택이 평생의 행복을 좌우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변신을 시도했다"고 했다. 김 씨는 이어 남성들만의 영역이라고 알려진 전기 분야의 엔지니어가 돼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계치'인 김 씨에게 선반과 밀링, 설계 등은 어려웠다. 특히 이론보다 실습이 어려웠다. 그래서 입학 후에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그럴 때마다 교수님과 동료들이 도와줬다. 다시 용기를 내서 해보기로 했다.
김 씨는 "여자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남들보다 두 배로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며 "정밀도 면에서는 남자보다 나은 것 같다. 또 섬세하고 프로그램을 짜는 데도 유리한 것 같다. 잘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 건축'토목…자격증 도전 급증
건축'조경'토목기사 등 주로 남성들이 활동해 온 영역에 대한 여성의 도전이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한 2011년 국가기술자격시험 접수자 동향분석 결과에 따르면 건축기사 응시자 4명 중 1명이 여성이었다. 총 2만5천900여 명의 응시자 중 7천300여 명인 25.5%가 여성이었던 것.
조경기사 자격증 여성 응시율도 39.2%로 2010년보다 0.2% 포인트 증가했다. 토목기사 자격증도 응시자 2만700여 명 중 9.5%가 여성일 정도로 여성 지원자가 차츰 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여성들의 합격률이 남성보다 다소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여성들의 남성 영역 자격증 취득에 대한 도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