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의 밤 풍경] 대구스타디움 주변

트랙 돌며… 운동 뒤풀이… 도란도란 운동 천국

대구스타디움 주변은 대구에서 가장 시원한 곳으로 손꼽힌다. 지난달 연속적인 열대야 때는 집을 나선 주민들로 가득 찼다. 이젠 가을을 즐기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시민들의 모습과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 나온 모습이 한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벤치에는 가로등 조명 아래 책을 읽는 모습도 눈에 띈다.

◆운동과 휴식의 명당

오후 7시가 되자 어둠이 살짝 내려앉는다. 주변의 대형주차장마다 차량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운동복 차림의 시민들이 스타디움 주변을 걷기 시작한다. 시간이 갈수록 야간 운동 인파와 산책하는 사람, 밤 분위기를 즐기려는 가족들이 속속 들어온다. 요즘 보조 경기장에는 늦은 밤까지 조명을 밝힌다. 운동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다.

주변 곳곳에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그 선율을 즐기며 청춘남녀들은 데이트를 즐긴다. 불빛이 밝은 가로등 터널에서는 배드민턴을 하는 가족들도 보인다.

박진석(36·수성구 범물동)·이도희(34) 씨 부부는 근우(6)·연우(1) 등 자녀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 이 씨는 "집에서 가까운 데다 분위기가 좋아서 자주 산책을 나온다"고 한다. 잔디밭 곳곳에 자리 잡은 가족들은 배달 주문한 치킨과 족발, 음료를 즐기며 밤이 이슥하도록 초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사계절이 좋은 곳

"스타디움은 사시사철 좋은 곳입니다. 운동하기도 좋고, 산책하기도 좋고, 데이트하기도 좋고, 혼자서도 좋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 한잔 나누기도 좋고…."

지난주 화요일 저녁. 중년의 부부팀이 잔디 광장 한쪽에 자리를 펴고 잔치판을 벌인다. 계성고 58회 동기생 부부 모임이다. 몇몇 동기들은 1시간 전에 모여 운동장 주변을 뛰고 걸으며 체력단련을 했다. 늦게 참석하는 친구는 뒤풀이에 속속 동참한다. 모임의 회장인 임병옥(60) 씨는 "10여 년 전부터 부부동반으로 모여 건강과 우정을 도모하며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소개한다.

회원들은 동기 중 뜻이 맞는 친구 20명과 부인 20명 등 모두 40명이다. 모임의 총무 정면득(60·자영업·중구 동인동) 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함께 운동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우정도 돈독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소개한다. 부인 이경희(59) 씨는 "남편을 따라 모인 아내들도 모두 동기생이 됐다"며 "지난 5월에는 대마도에도 함께 다녀오는 등 부인끼리 운동뿐 아니라 연극'영화 등 문화교실 모임도 하면서 인생의 동반자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배영욱(대구공업대 교수) 씨는 "오늘 개강한 탓에 운동 모임 시간에 늦어져 조금 걷기만 했다"며 "그래도 2차 모임인 잔디밭 파티에는 동참하게 됐다"고 밝힌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기생들이 속속 나타난다.

정면득 씨 부부는 차에서 음식을 잔뜩 꺼내와 잔디밭 위에 펼친다. "평소에는 간단하게 뒤풀이를 즐기지만,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정기 모임"이라고 설명한다. 김은홍(60·전 영신고 교사) 씨는 "이달 23일 열리는 달서구청 주최 마라톤대회에 참석해서 몸을 가다듬은 후 다음 달 춘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풀코스를 뛸 계획"이라고 말한다.

이국희(전 경북선관위 상임위원) 씨는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직업이다 보니 3, 4년 전부터 이 모임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한다. 섬유회사를 경영하는 김진해·이순경 씨 부부는 걷기 마니아다. "평소 건강관리를 야무지게 하지 못하고 있어 무리하게 뛰는 것보다 걷는 운동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이상곤 씨는 젊은이 못지않은 마라톤 선수다. 평소 꾸준히 마라톤으로 몸 관리를 하고 있어 40대도 부러워할 정도의 체력을 자랑한다. 부인 도숙희 씨는 "전국 규모의 대회는 거의 빠지지 않고 출전했다"며 "지난해부터 홍콩 등 외국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고 밝힌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