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위기의 예술음악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가 최단 시간에 유튜브에서 조회 수 6천만 건을 돌파해 가장 많이 본 동영상 1위, 미국 아이튠즈 뮤직비디오 차트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단순한 가사에 중독성 강한 선율과 리듬이 반복되는 곡에다 코믹하고 신나는 춤사위가 재미나다. 멋지거나 잘생기지도 않은 한 명의 한국 가수가 다른 나라의 많은 사람들을 이처럼 동시에 신나고 즐겁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이 참 신기했다.

최근 아이돌 그룹들의 한류 열풍 소식에 내심 '국악으로도 그런 반응을 얻을 수는 없을까?' 나름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었던 차였다. 역사 이래 어떠한 외교관이나 정치인도 우리나라를 이처럼 알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참으로 놀라운 대중문화의 힘이다. 국악을 전공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솔직히 부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자기 분야에서 최소한 1만 시간 동안 노력한다면, 비로소 아웃라이어(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 즉,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1만 시간은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3시간씩 10년을 투자해야 하는 엄청난 시간이다. 대중가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예술음악을 하는 대부분의 음악가도 이러한 노력의 시간들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노력의 대가가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예술음악에 종사하는 이들은 때론 억울함을 느낄 만도 하다.

21세기를 대중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이 말은 대중이 바로 문화의 주체라는 뜻일 것이다. 사실 예술음악은 궁정이나 귀족 중심의 신분제 사회 속에서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정부나 시'도의 '보호' 아래 활동을 하던 전국의 국'공립 예술 단체들에도 경제적인 잣대를 서서히 들이대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지금까지 보호받던 예술음악이 드디어 자생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먼저 예술인들부터 변화해야 한다. 대중문화시대의 주인은 대중이다. 예술인들도 엘리트주의적인 사고를 버리고 보다 낮은 자세로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 또한 이제껏 이분법으로 인식되었던 예술문화와 대중문화라는 담론에서도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

국악이나 클래식 연주자 중에서도 예술성을 고수하면서도 스타 못지않은 대접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술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공연 콘텐츠의 개발은 예술인의 몫이다. 정부나 국'공립 기관의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겠지만 예술인들도 불안한 기득권에서 과감히 내려와 철저히 문화의 수요자인 대중에게로 다가가야 한다. 적어도 나의 음악이 인정받고 노력의 대가가 공정해지기를 원한다면 말이다.

이현창(대구시립국악단 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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