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조원 기업을 꿈꿈다] (7) 캐프

16년만에 수출 1억$ '세계 3위' 와이퍼업체

세계 3위 자동차 와이퍼 생산업체인 (주)캐프는 자동차 부품업체의 한계를
세계 3위 자동차 와이퍼 생산업체인 (주)캐프는 자동차 부품업체의 한계를 '수출 중심' 경영으로 극복했다. 회사는 계속적인 연구와 사업 다각화를 통해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어가려 하고 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고병헌 회장
고병헌 회장

'히든챔피언' '월드클래스300' '1억달러 수출탑'.

자동차 와이퍼 생산업체인 ㈜캐프가 창립 17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캐프는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로 눈을 돌라면서 현재 세계 3위의 자동차 와이퍼 생산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4천200만 개의 와이퍼를 세계시장에 공급하며 1천380억원의 매출을 올린 캐프는 2015년까지 매출 1조원, 세계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

◆시련을 딛고 일어서다

1995년 문을 연 캐프는 창업 초기부터 수많은 시련을 겪었다.

전문 경영인이었던 고병헌(사진) 회장은 1995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회사를 세웠다. 고 회장은 "당시 삼성이 자동차 분야에 뛰어들던 시기였다"며 "삼성자동차에 와이퍼를 납품하기로 하면서 우리 회사를 세계 최고의 와이퍼 회사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3년 만에 시련이 닥쳤다. 1998년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삼성자동차가 경영위기를 맞았기 때문. 캐프는 미리 와이퍼 양산을 시작했지만 삼성자동차는 애초 약속한 주문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1년도 되지 않아 삼성자동차는 조업을 중단했고 캐프를 포함한 협력업체들도 위기에 빠졌다.

고 회장은 "문을 닫는 회사가 하나 둘씩 나왔다"며 "우리 역시 만들어 놓은 와이퍼가 창고에 쌓이고 자금 압박을 받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여기저기에서 자금을 빌려 회사가 문을 닫는 것은 막았지만 두 달간 직원들에게 월급도 주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고 회장은 위기 속에서도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수출 기업으로 우뚝

당장 급한 상황을 모면한 캐프는 이후 회사의 체질을 바꿨다. 고 회장은 완성자동차 회사의 협력업체에서 벗어나 와이퍼를 직접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완성자동차에 납품만 했다가는 언제 회사가 기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모품인 와이퍼는 애프터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품목이어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회사는 곧바로 해외 대형유통점을 통해 와이퍼를 수출할 방법을 연구했다. 회사 관계자는 "우선 직접 해외 바이어를 만나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임직원 모두 해외 시장을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회사는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모든 전시회에 참가해 회사와 제품을 알리는 한편 현지 사정에 밝은 이들을 영업사원으로 고용했다. 2000년 들어서면서 수출이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1년 수출 100만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005년 1천만달러, 2008년 5천만달러를 돌파했다. 매년 3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성장과 함께 회사는 연구개발(R&D)에도 집중했다. 기술 개발 전략으로 2004년 독일의 보쉬와 프랑스의 발레오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플랫와이퍼(일체형 와이퍼)를 독자 개발하면서 와이퍼 분야의 글로벌 공급업체로 떠올랐다.

고 회장은 "16년 만에 수출 1억달러를 넘어섰다"며 "자동차 와이퍼 블레이드라는 단일 품목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최초다"고 말했다.

현재 캐프는 미국과 일본, 유럽, 오세아니아, 중국 등에 지사를 설치, 시장 개척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 덕분에 캐프는 지식경제부로부터 미래 한국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글로벌 기업 육성정책인 '월드클래스 300 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지역 중소기업을 졸업, 당당히 중견기업의 길에 들어섰다.

◆와이퍼 1위 기업 도전

캐프는 17년의 짧은 역사에도 세계 3번째 플랫와이퍼 개발, 세계 2번째 하이브리드 와이퍼 개발로 와이퍼 분야에서는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회사는 매출 1조원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곽우영 이사는 "현재 보유한 200여 개의 특허자산에 만족하지 않고 이를 더욱 더 확대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보다 적극적인 특허 대응 전략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또 "올해 50억원 이상의 투자를 통해 캐프만의 디자인과 고무를 개발해 최고의 와이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캐프는 와이퍼 전문 기업을 확고히 하는 한편 Auto-IT 분야의 기술 개발을 통해 차세대 자동차 핵심 부품에 대한 기술 개발 및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 자동 운전 및 주차 시스템을 위한 핵심 기술 및 부품개발을 진행 중이다"며 "또 지능형 자동차를 위한 영상 인식 시스템 개발에 대한 국책과제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자동차 부품 개발 역량 강화와 사업 다변화로 매출을 늘리겠다는 것. 회사는 구체적으로 지능형자동차 및 그린전기차 사업과 같은 차세대 자동차 분야의 핵심기술, 핵심부품사업과 부품 모듈화 사업을 통해 5년 내에 신사업분야에서의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해 나갈 목표를 세웠다.

고 회장은 "2015년까지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뒤 사업 다각화를 통해 2020년에는 매출을 10배 이상 올리겠다"며 "세계 최고의 와이퍼 생산 회사에 만족하지 않은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회사로 변화하겠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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