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칠성동에 사는 김문종(62) 씨는 8월 전기요금 고지서(7월 14일~8월 15일 사용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전기요금 인상 소식을 미리 들은 데다 냉장고 등 다른 가전제품도 많아 에어컨 켜기를 주저했던 터였지만 더위를 참아내며 땀 흘렸던 노력이 수포가 됐다. 지난달 4만원 남짓하던 전기요금이 이달에는 12만원 넘게 나왔다. 김 씨는 "전기사용량은 전달(234㎾h)에 비해 약 2배(464㎾h)가 늘었는데 요금은 3배나 많이 나왔다"고 걱정했다.
지난여름 18년 만의 폭염으로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많이 사용한 데다 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쳐 각 가정마다 '전기요금 폭탄'을 맞고 있다. 아직 전기요금 통지를 받지 못한 시민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대구지역 경로당도 전기요금 때문에 울상이다. 최근 대구 동구 불로경로당으로 청구된 전기요금은 12만4천750원. 지난해 같은 기간 3만7천160원에 비해 3배 이상 많이 나온 것. 이곳 어르신들은 "지난달 에어컨을 오래 틀긴 했어도 이렇게 많은 요금이 나올 줄은 몰랐다"며 "경로당이 무더위 쉼터로 지정돼 시원하게 해두라고 구청에서 말해서 냉방온도를 26℃로 맞췄는데도 이렇게 많이 나왔다"고 했다.
불로경로당이 사용한 전력량은 455㎾h로, 지난해 같은 기간 315㎾h를 사용한 것에 비해 조금 늘었지만 전기요금은 3배 이상 뛰었다.
이는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되는 누진제 탓이다.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에 따르면 ▷301~400㎾h에는 1㎾h당 267.8원 ▷400~500㎾h구간에는 398.7원이 적용된다.
지난해 전국 평균 가정의 전기 사용량이 242㎾h였던 점을 감안하면 각 가정에서 하루 10시간씩 에어컨을 가동하면 추가로 300㎾h(에어컨 용량 1㎾h 기준)가 발생해 총 소비량은 542㎾h가 된다. 전기요금은 월 3만원에서 월 16만원으로 5배 이상 높아진다.
사정이 이렇자 6일 각 가정마다 전기요금을 미리 조회하기 위해 한국전력 사이트를 앞다퉈 찾았다. 갑자기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결국 사이트가 마비됐다. 한국전력으로도 "전기요금이 이상하다"는 내용의 문의전화가 쏟아졌다. 한국전력 측은 "올여름은 전기 사용량도 늘어났지만 지난달 6일 가정용 전기요금이 2.7% 인상됐고 누진제가 적용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키워드=전기요금 누진제
전기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 단가를 높이는 제도로, 가정용에만 적용된다.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는 기본요금 외에 1㎾h당 0~100㎾h는 57.9원, 101~200㎾h는 120.2원, 201~300㎾h는 179.4원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301~400㎾h부터는 267.8원으로 크게 뛰고 401~500㎾h는 398.7원, 500㎾h 초과는 677.3원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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