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시민 최하위권 장기 기증 벗어나길

최근 뇌사자의 장기 기증 이식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2000년 뇌사자의 장기로 이뤄진 신장 이식 수술은 100건에 불과했으나 2006년 261건, 2011년에는 668건으로 급증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전체 신장 이식 중 뇌사자 기증은 20%도 안 됐다. 현재는 40% 이상이다. 간이나 각막 이식 수술도 급증했다.

뇌사자 및 사후 장기 기증은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빛을 잃은 사람들에게 새 삶을 주는 것과 같다. 2009년 선종한 김수환 전 추기경은 생전에 "죽어서 앞 못 보는 이들에게 세상의 빛을 선사할 수 있다면 그만큼 기쁜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기증한 각막은 두 사람에게 빛을 찾아줬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은 인색하다. 미국인의 35%, 일본인의 12%가 사후 장기 기증을 약속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2% 남짓만이 사후 장기 기증을 희망한다. 내 몸 또는 그 일부를 타인에게 나눠 준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가족도 아닌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자신의 장기를 내어준다는 마음가짐을 갖기는 어렵다. 장기 기증은 건강한 삶을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날 때 나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장기를 꺼져가는 생명을 위해 대가 없이 주는 일이다. 세상을 먼저 살고 가는 사람이 남은 사람을 위해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다.

장기 기증 희망자가 늘고 장기 이식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는 것은 희망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이식 대기자는 여전히 1만 9천479명에 이른다. 올 8월엔 2만 2천710명까지 늘었다. 지난해 기준 4년 이상 대기자가 5천972명이다. 특히 대구 지역에서의 장기 기증 희망자 비율은 7대 도시 중 6위로 최하위권을 맴돈다. 9일은 장기 기증의 날이다. 사랑을 실천하는 대구시민이 더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