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은 역사'문화 자산을 간직한 공간이다. 20세기 초까지 형성된 골목과 시대상이 여전히 잘 보존돼 있는 보석 같은 존재다.
지난 2007년 이후 대구 도심 재생 사업은 무조건 허물고 보는 기존 고밀도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도심의 역사'문화 자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으며 국내 도심 관광자원 개발 및 거리 활성화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도심 재생 사업으로 되살아난 중구 근대골목 투어는 지난 6월 '2012년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데 이어 6일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99곳' 중 대구 관광지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고, 대구 도심 재생 사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및 학계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대구 도심 재생 사업의 성과와 과제, 비전을 짚어 본다.
5년 전만 해도 대구 도심 골목은 시민들에게조차 낯선 곳이었다. 무심코 지나치는 낡고 볼품없는 골목길에 불과했다.
골목의 새로운 부활은 지난 2007년부터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는 대구 도심 재생 사업의 성과다. 골목 곳곳에 흩어져 있던 소중하고 아름다운 우리 역사'문화 자산에 이야기를 입히고, 공공 미술과 공공 디자인으로 채색한 결과다.
◆이야기로 되살아난 대구 도심
#. 4일 대구 중구 동산선교사주택(동산의료원). 근대골목 투어 출발지를 알리는 표지판에 방문객들이 몰려 있다. 방문객들의 시선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선교박물관 앞 정원에 서 있는 100년 된 사과나무 한 그루. 우리나라 최초로 심어진 서양 사과나무의 손자목(孫子木)으로, 대구 사과의 '원조'다.
#.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선교사주택을 지나 골목투어 표지판을 따라가면 가곡 동무생각의 주 무대인 청라(푸른 담쟁이덩굴) 언덕이 등장한다. '동무생각'은 향토 작곡가 박태준(1900∼1986)이 대구 계성학교 재학 시절 짝사랑했던 신명학교 여학생을 그리며 지은 곡이다. 방문객들은 가곡 속 바로 그 청라언덕에서 박태준의 노래를 합창한다.
#. 다음 투어 장소는 동산의료원과 계산성당을 잇는 3'1만세운동길(90계단). 당시 운동에 참가했던 계성학교, 신명학교, 대구고보 재학생들의 사진 자료와 친필 회고록이 방문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지금의 길과 나무와 흙은 그때 그 애국 청년들의 함성을 기억이나 할까?
#. 3'1 만세운동길 90계단을 지나 길을 건너면 하늘 높이 솟은 빌딩 사이로 이상화 고택과 서상돈 고택이 마주 보고 있다. 우리나라 민족 운동에 한 획을 그은 이상화 시인과 서상돈 선생의 생가를 거닐다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파괴에서 보존으로
'동산선교사주택~청라언덕~3'1만세운동길~계산성당~이상화'서상돈 고택'으로 이어지는 골목 투어는 도심 한가운데서 근대 문화의 정취를 느끼며 걷는 색다른 매력을 제공한다. 이지은(21'대학생) 씨는 "대자연처럼 감탄과 경외를 불러오는 풍경은 아니지만 일상 속 소소한 멋과 감동이 가슴에 더 와 닿았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이후 대구시와 중구청은 파괴와 철거 일변도의 국내 도심 재생 사업에서 탈피해 전통과 과거를 보존하고, 옛 이야기들을 되살리는 데 주력했다.
지난 5년간 점으로 흩어져 있던 역사'문화 자원들을 도심 재생 사업을 통해 선으로 연결하고, 골목투어를 통해 다시 선들을 이어 붙이면서 3차원 입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골목을 걷노라면 길과 나무,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며 "도심은 대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유일한 장소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부활한 대구 도심의 역사와 문화는 사람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지난달 기준 2012년 근대 골목 투어 방문객은 3만6천176명(910회)으로 지난해 전체 인원 3만3천305명(819회)을 넘어섰다.
◆대구 도심 재생 사업의 숙제
같은 날 중구 '대구근대역사관'. 경상감영공원~종로초교를 잇는 또 다른 도심 골목 투어(1코스-달구벌 그때 그 시절)의 경유지이지만 방문객이라곤 취재진이 유일했다.
대구 도심 재생 사업은 아직 배가 고프다. 2007년 이후 지난 5년간 도심 재생 사업을 통해 모두 5개 코스의 도심 골목 투어가 탄생했지만 동산의료원~진골목(2코스-근대 문화의 발자취)에만 전체 방문객의 90% 이상이 몰리고 있다.
패션주얼리전문타운~서문시장(3코스-중구의 축제'문화 속으로),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봉산문화거리(4코스-젊음과 예술의 거리), 반월당~바오로샬트르 수녀원(5코스-남산과 가톨릭거리) 등은 아직 이름뿐이다.
코스와 코스,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작업은 여전히 더디고, 가이드북이나 앱 등 보다 쉽게 골목투어를 즐길 수 있는 인프라 또한 턱없이 모자라다. 단체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체험 숙박시설 역시 절대 부족하다. 골목 투어가 둘러보고 지나치는 정도에 그치면서 경제적 효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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