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한우고기, 비싼 만큼 특별할까.'
주부 이명진(41) 씨는 백화점 식품관에서 장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한우 국거리를 사려고 가격을 봤더니 며칠 전 시장에서 구입한 가격보다 2배 가까이 가격이 비쌌다. 결국 이 씨는 한우 구입을 포기하고 백화점을 나섰다. 이 씨는 "등급도 같은 고기였는데 가격 차이가 너무 심해 소고기만 따로 인근 전통시장에서 구입했다"고 말했다.
동일한 등급의 한우고기가 판매처에 따라 최대 1.8배의 가격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격 차에도 맛이나 위생에는 큰 차이가 없어 유통업체 브랜드 가치의 차이라고 보인다.
◆품질 차이 없어도 1.9배 비싼 백화점 한우
한국소비자연맹은 2월부터 4월까지 유통업체별로 판매되고 있는 한우고기의 생산비, 도매가격, 위생상태 등을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대상은 백화점(롯데, 신세계, 현대)과 대형마트(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정육점 등이었다.
해당 업체에서 구매한 한우의 이력추적번호를 활용해 거세우를 기준으로 생산비, 유통업체와의 거래조건 등을 조사하고 식중독균 등의 미생물 및 항생제 검출 여부에 대해 실험했다.
같은 등급이라도 가격은 유통업체에 따라 최대 1.9배 차이가 났다. 백화점은 정육점에 비해 1.8~1.9배 높았고, 대형마트는 1.3~1.4배 비쌌다.
가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품질이나 위생에서는 의미 있는 차별성이 없었다. 위생은 미생물, 항생제 등의 검출 여부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모두 검출되지 않았다. 또 고기 품질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의 경우 등급 판정 시 반영되고 있어 유통업체의 유형과 관계없이 동일한 등급을 받은 한우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축산농가 및 조합 방문면접을 통한 조사 결과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우의 생산비용은 농가별로 20% 정도 차이가 나고 있지만 생산비용과 소비자가격 형성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 유통의 가장 첫 번째 단계인 도매시장에서의 가격은 등급에 따라 당일 경매시장에서 정해진다. 이처럼 경매시장에서 정해진 도매가격은 생산비용과는 무관하게 등급과 수요'공급량에 따라 달라진다.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한우고기를 역추적한 결과 인건비 빛 금융비용을 제외한 직접 생산비는 마리당 462만원에서 570만원 사이로 나타났고, 대형마트의 경우 513만원에서 529만원, 정육점의 경우 478만원에서 527만원으로 20% 안팎의 차이가 있었다.
◆백화점 한우 왜 비싼가
백화점의 판매가격이 높은 원인은 백화점 측의 주장처럼 판매되는 한우의 질이 다른 것이라 하기에는 산지 판매가격 차이가 거의 없었다. 차이가 있더라도 10% 이내였기 때문에 한우고기 자체의 상품성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또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 한우고기의 경우 특정 지역에서 한우고기가 꾸준히 공급돼야 하지만 조사결과 일부 판매처에서는 여러 지역에서 사육된 한우고기가 공급되기도 했다.
각 백화점 측은 이에 대해 "백화점은 같은 등급의 한우라도 안심, 등심 등 소비자 선호부위를 주로 판매하고 부산물 판매가 적기 때문에 소 한 마리 가격을 보전하기 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며 "여기에 지방을 좀 더 제거하는 등 마리당 실제 판매하는 고기를 얻는 비율이 낮은 것도 가격이 비싼 이유"라고 설명했다.
결국 유통업체 가격 차이는 품질과는 크게 상관이 없고 백화점 자체의 브랜드 가치가 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로 정육점에 비해 가격이 20~40% 비싼데 이 또한 업체 프리미엄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소비자가 한우고기를 구입할 때는 유통업체 프리미엄으로 인한 마케팅 전략에 현혹되기보다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를 당부했다. 특히 유통업체가 소 한 마리를 기준으로 부위별 가격을 정할 때 등심, 안심 등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부위에서 이익을 남기려 하므로 요리 용도에 맞는 부위를 적절하게 선택하는 것도 현명한 소비다.
연맹 측은 "고기의 맛은 숙성기간, 조리방법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무조건 최고 등급을 구입하기보다는 가정에서도 맛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고 활용한다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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