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 이후 대한민국의 중산층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부익부 빈익부,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국민들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한 달에 가처분 소득이 300만원 이상이 되고,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볼 때 연소득이 1억원 이상인 가구는 실제로 그리 많지 않다. 대한민국 중산층의 현주소다. 한 나라의 중산층 분포는 아래가 넓고 위가 서서히 좁아지는 종형이 가장 이상적인데 갈수록 피라미드형으로 변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중산층에 관한 톰 하트만의 날카로운 비판이 서린 이 책은 '정치에 속고 자본에 털린 당신, 중산층은 응답하라'는 제목만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지게 한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진보적 성향의 라디오 진행자인 저자 톰 하트만은 이 책을 통해 중산층 붕괴 뒤에 숨은 보수 세력과 거대 자본의 음모를 폭로하고 있다. 저자는 책 서문에서 '그 많던 중산층은 다 어디로 갔나'라는 의문점에서 출발한다. 이어 지난 30년 동안 레이건, 아버지 부시, 클린턴, 아들 부시, 오바마 현 미국 정부를 거치면서 월마트로 대표되는 대형 저가 할인점이 그 돈으로 싸구려 소비재를 수입해 가난해진 미국에 무차별적으로 팔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 만능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이어진다. 기업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기업 스스로가 이윤 추구 규칙을 만들어 낸다면 시장의 왜곡은 갈수록 심해지고, 나아가 노동자는 혹사당하고 소비자인 중산층은 결국 이윤 추구의 희생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책은 시장 만능주의의 맹점을 적나라하게 파고든다. 저자는 공정한 규칙과 심판이 없으면, 축구'야구'농구 등 스포츠에서도 혼란으로 치닫게 되는데, 미국이 믿고 있는 '자유 시장주의'는 '시장이 정부를 창조한다'는 논리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업들의 편에 서 있다고 말한다.
'흘러넘친 부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소제목의 문단에서는 기업가 정치가 득세하면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보수가 작은 정부를 원한다고 말할 때 진정한 속마음은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오로지 기업에만 제공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지적은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그대로 맞닿아 있다. 이명박 정부는 기업을 이롭게 하면 그 효과는 밑으로 흘러내려(낙수효과) 사회 전체를 이롭게 할 것이라는 이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부자 친구를 도와서 엄청난 이득을 챙겨야지'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또 저자는 기업가 정치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얘기한다. 미국 노동자들은 다른 나라 노동자 못지않게 헌신적이고 생산적으로 일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직장을 잃은 처량한 '주변자' 신세였던 것이다. 기업가들은 현대판 봉건 영주를 자처하며, 국민들을 특히 중산층을 상대로 모든 것을 돈으로 지배하려 드는 것이다.
톰 하트만은 중산층이 붕괴된 이 시대를 악덕 자본가로 시대로 명명했다. 힘 있는 소수의 부자가 나라를 지배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미국의 건국이념인데 현실은 소수의 악덕 기업가가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중산층의 붕괴는 민주주의 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미국은 다수의 국민이 지배하는 나라로 출발했고, 사회 시스템으로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산층이 넓고 깊게 뿌리내려야 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권에서도 단연 화두는 '경제 민주화'다. 이는 이 책의 저자인 톰 하트만의 지적대로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대한민국의 천민자본주의 행태에 대한 자성일 수도 있다.
영국의 전 총리 윈스턴 처칠은 독일의 히틀러에 맞서 한창 전쟁 중에 '절대로 굴복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이라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대한민국의 경제 민주화를 향한 열망 역시 마찬가지다. 톰 하트만이 이 책을 통해 지적한 부분은 현 시점의 대한민국 국민들도 '진정한 경제 민주화 성취'를 위해 잘 새겨둘 필요가 있다.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인 타이타닉의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하트만의 관심사는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넓고 깊다. 그의 책을 읽다 보면 마치 그가 진실을 찾아낸다기보다 진실이 그를 선택하는 것만 같다"고 평했다. 296쪽. 1만4천800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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