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야자끼의 색깔있는 일본이야기] 조기교육에 대한 고민

얼마 전 포항에 사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친구는 보육원에 다니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다. 한국의 엄마들 사이에서는 조기교육이 화제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럴 것이라고 수긍했다.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나는 한국에서 유아교육에 대해 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내가 근무한 대구의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한국의 교육열, 배움에 대한 열정을 실감했었다.

당시 어느 여학생이 나에게 한 말은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야간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우연히 복도에서 그 학생을 만났다. 그녀는 빵을 하나 들고 있었다. 서로 인사를 나눈 후 그녀는 유창한 일본어로 "선생님 빵 드세요"라고 하면서 빵을 내밀었다. 아마도 수업 전에 군것질용으로 가지고 온 것 같았다. 본인도 배가 고플 텐데라는 생각에 그 빵을 받을 수가 없어 사양했다. 그러자 그녀는 "선생님 드세요. 저는 선생님에게 배우고 있는 학생이잖아요"라고 하면서 다시 빵을 내밀었다. 이 말은 나에게 매우 감동적이고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한 끝에 나는 그녀의 마음과 함께 빵을 받았다. 나에게 그 빵은 아주 무겁게 느껴졌다. 교사로서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한 사건이었다.

학문이나 선생에 대한 존경심은 일본보다 한국이 더 강한 것 같다. 일본에서도 상사와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빵을 건네준 그 학생이 한 말을 일본에서는 좀처럼 듣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학문의 중요성과 학문에 대한 경외감이 몸에 뱄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빵을 건넨 학생을 비롯해 내가 만난 많은 학생의 학습열과 학문에 대한 존경심을 생각하면, 한국 엄마들의 조기교육에 대한 열정을 납득할 수 있다.

한국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일본에서도 조기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모로서 아이의 능력을 키워주고 싶은 마음에서 조기교육을 고민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육아 잡지에서 조기교육과 그 반대의 슬로교육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런 부모들의 심정을 반영한 것이다. 내 주변에서도 조기교육에 열심인 부모들이 있다. 대학 부속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교육 열정이 남다른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또래 아이의 친구들은 모두 유치원생 때부터 학원에 다니고 있으며 학습 진도도 매우 빠르다고 한다.

조기교육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부모들도 많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의 엄마들은 조기교육에 열심이 아니다. 조기교육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정도이다. 일본에서는 인성 교육을 중요시하는 슬로교육의 장점을 많이 이야기한다. 찬반양론이 있지만 2000년대 초에 등장한 '여유 있는 교육'(유토리 교육) 방침도 그런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지식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교과 내용을 줄이고 체험을 중시하는 교육 방침이다. 입시전쟁이 가장 치열했던 시기를 경험한 나는 '유토리 교육'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의 능력을 충분히 끌어내는 데에는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 일본은 '모두 함께 사이좋게'라는 의식이 강하다. 유토리 교육이 실시되면서, 운동회 달리기에서 사이좋게 손을 잡고 모두 다 같이 골인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발이 느린 아이에게 달리기는 괴로운 일이기에 이런 기획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요즘의 젊은이들은 경쟁심이 없고 쉽게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교육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하면 뭔가 씁쓸하다.

나는 조기교육에 대한 집착은 없다. 그러나 아이의 능력을 기대하고, 또 그것을 계발해 주고 싶은 욕심은 있다. 그리고 빵을 준 한국의 여학생처럼 학문에 대해 겸손한 사람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이런 부모의 생각이 아이에게 부담을 준다면, 아이의 개성에 맞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겸손한 소망처럼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아이의 장래를 미리 알 수는 없다. 그래서 교육은 어렵고 고민스러운 것이다.

미야자키 치호/일본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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