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거꾸로 가는 향토기업

얼마 전 끝난 런던올림픽에서 부와 영예를 얻은 것이 어디 선수들뿐이겠는가. 금액으로도 환산하지 못할 만큼의 홍보 효과를 거둔 곳은 바로 후원기업들이었다. 예상 밖의 선전을 펼친 펜싱과 사격, 체조 종목을 후원한 기업들은 그야말로 상종가를 쳤다. 펜싱을 지원해온 SK, 체조의 포스코건설, 사격의 한화그룹은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들 기업이 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으로 비인기 종목을 오랫동안 지원해왔다는 점에서 대기업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씻어내는데 일조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이 전혀 낯설지 않다. 돈벌이에만 혈안이 됐던 우리 기업들이 복지시설에 장비를 전달하거나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 유럽의 기업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포항에도 큰 기업이 여럿 있다. 그렇지만 이들 기업은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시민들의 여론이다. 대아, 삼일 등은 포항에서 출발해 성장한 기업이지만 지역공헌도는 거의 없다. 포항시가 수백억 원의 장학금을 모았지만 돈 한 푼 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고, 뚜렷하게 사회봉사 활동을 했다는 소식도 없다. 이들 기업이 큰돈을 번 것은 적극적으로 생산 활동에 기여해서도 아니다. 상당 부분 땅을 사고팔고 개발행위에 동참하는 것으로 돈을 쓸어 담았다. 우월적 지위와 인맥을 이용한 부동산 매매로 엄청난 수익을 올려 왔다는 것은 포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삼일이 포항시 남구 대잠동 화물터미널 부지의 도시계획 변경으로 큰돈을 벌게 됐다. 땅값만 무려 500억~600억 원대이고 시세차익도 엄청나다. 화물터미널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상도지구에도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몇 배로 뛸 조짐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포항에서 특혜 여론이 들끓자, 삼일 측은 '정당한 도시개발 과정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오히려 삼일 측은 대아의 '땅장사'에 비하면 억울한 비판이라고도 했다. 삼일 측이 정당한 기업활동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시민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향토기업들의 과거 행적을 어느 정도 꿰뚫어보고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믿지 않을 것이다. 설령 기업이 특혜를 받고 땅을 사고팖으로써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지역에 대한 공헌이라도 제대로 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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