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맹자 읽은 나라들 땅싸움 아이러니

맹자 이야기 (2)

'맹자'에 대해 책 소개만 해서는 좀 아쉽다. 그 영향력과 현대적 시사점을 조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책 속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고사성어도 많다. 모두 우리를 각성시키고 현대적 활용도 될 만한 것들이다.

'맹자' 첫 머리에(중국 고전은 앞부분이 오리지널인 경우가 많다) 양 혜왕과 문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왕이 '부국강병'의 좋은 방책을 가르쳐 달라고 하니, 맹자는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왕도정치는 인과 의로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왕의 요청으로 맹자는 장시간 왕과 대화를 했다. 윗사람이 틀려도 가만있는 오늘날의 '로봇' 신하는 본받을 만하다.

선비들에게 맹자가 인기 있었던 이유는 그가 '왕도정치'를 힘써 강조한 데 있는데, 그는 백성들의 경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그것이 왕도정치의 기초라고 역설했다. 예를 들면 농지를 9등분 하여 8가구에 나누어주고, 가운데 한 구획은 공동 경작하여 농지세를 내도록 한다, 농가 빈터에 뽕나무를 심고 가축을 길러 부업을 하게 한다. 상업세, 통관세 등 각종 세금을 줄여준다. 그러면서 백성에게는 생업이 있어야 도덕심도 있다고 경제적 기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왕도를 이야기하면서 맹자가 강조한 것 중 중요한 것은 영토확장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고 왕들에게 늘 설득하였는데, 오늘날 동아시아에 땅을 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 나라들이 모두 맹자를 읽은 나라들이니 아이러니컬하기 짝이 없다.

또 맹자는 왕이 덕이 없어 정치를 잘못하면 '내쫓을 수도 있다'는 말을 했는데, 대단한 용기이다. 또 "백성이 귀하고, 그 다음이 나라이고, 마지막이 군주이다"라고도 하였다. 이 말을 트집 잡아 명나라 태조는 이런 말을 뺀 '맹자절문'을 만든 적도 있다. 그가 왕도정치를 위해 열변을 토하는 가운데 재미있는 숙어가 많이 나왔다. '연목구어'(나무에서 고기를 구한다), '솔수식인'(백성은 굶어 죽는데, 지도자는 애완동물을 기른다), '망민'(백성을 가르치지 않고 벌주는 것은 그물질하는 것이다), '오십보백보'(전쟁터에서 겁이 나 50m 도망가는 것이나 100m 도망가는 것이나 같다: 백성에게 실감나게 인정을 베풀어야 한다), '여민동락'(백성과 함께 즐긴다는 마음을 가지고 지도자는 즐겨야 한다), '불인인지심'(측은지심)을 가지고 정치해야 한다.

맹자의 '성선설'은 이미 설명했다. 이와 연관하여 도덕의 힘에 대해 맹자는 나이 40세에 '부동심'이다(마음이 미혹되지 않는다). 이것이 '대장부'이고, "천만인과도 대적할 수 있다"(부끄럽지 않다)고 했다. 그 도덕적 기개가 '호연지기'이다. 옛 선비들이 이 '맹자'에서 많은 교훈과 '용기'를 얻었는데, 스토리를 읽다 보면 저절로 훈습된다. 우리 민족성을 보면 정감이 솟아나는 이 책을 너무 많이 읽은 것 같기도 하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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