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주본 반드시 기증…대구박물관에 전시 희망"

무죄로 풀려난 배익기씨…가치 모르는 상태서 거래, 판매한 사람 누군지 몰

7일 석방된 배익기 씨가 자신이 구속될 당시 입었던 흰 두루마기 한복을 입은 채 자택 앞에서 그간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7일 석방된 배익기 씨가 자신이 구속될 당시 입었던 흰 두루마기 한복을 입은 채 자택 앞에서 그간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7일 2심에서 극적인 무죄선고로 1년 만에 석방된 배익기(49) 씨는 형과 함께 곧장 상주시 낙동면 본인의 집으로 돌아왔다. 배 씨는 본지 기자에게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훈민정음 상주본의 입수 경위와 은닉 장소에 대해 언급하면서 세간의 관심사인 기증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배 씨는 자택에서 흰 두루마기 한복을 입은 채 기자를 맞이했다. 그는 "1년 전 이 두루마기를 입은 상태에서 구속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배 씨와 나눈 일문일답.

-무죄 소감을 말해달라.

"일단 해례본이 조모(67) 씨의 골동품가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기쁘다. 개인 소유물을 증거도 없이 높은 형량을 선고하고 실체 없는 기증식까지 하면서 내놓으라고 하니 미칠 것 같았다. 핍박과 조작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온 것만 같아 홀가분하다."

-무죄가 선고된 만큼 이제 해례본의 입수 경위에 대해 밝혀 달라.

"해례본은 솔직히 제3자로부터 입수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상대해야 하는 골동품 거래와 수집 과정의 특성상 정확하게 누구로부터 샀거나 얻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제3자도 해례본의 가치를 모르고 넘겼고 나 역시 모르는 상태에서 구입했다가 뒤늦게 알게 됐다. 조 씨와의 소유권 다툼을 벌였던 4년간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었어도 진짜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만약 진짜 주인이 나타났다면 조 씨와 다툼이 일찍 끝나 내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만약 진짜 주인(?)이 지금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기억이 확실하진 않지만 해례본을 넘긴 것으로 추측되는 몇 사람은 있다. 하지만 일일이 찾아가서 "혹시 그때 해례본을 나한테 판 것 아니냐"고 물어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렇게 되면 또다시 사건이 커지게 된다. 4년 동안 안 나타났는데 이제 나타난다면 그 사람도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추측되는 사람 중 일부는 공교롭게도 세상을 떠났다."

-해례본은 지금 상주 지역에 보관돼 있나?

"그건 좀 말하기 곤란하다. 난 상주뿐만 아니라 경북 일대에서 안 다녀본 곳이 없다."

-무죄가 입증되면 해례본을 국가에 기증한다고 했는데?

"재판에서 약속한 부분이므로 반드시 지키겠다. 나도 지긋지긋한 해례본 공방에서 벗어나고 싶다. 먼저 잘 보관돼 있는지 확인한 다음에 공개 시기를 결정하겠다."

-기증 후 해례본이 어디에 보관되면 좋을 것 같은가?

"기증하더라도 서울에 전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서울에 간송본이 전시돼 있기 때문에 상주본은 대구박물관 같은 지역박물관에 전시되면 괜찮을 것 같다."

상주'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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