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도 아닌데 오랜 기간 계속 피가 나와 빈혈이 생기고, 생리통이 심해서 병원을 찾는 여성 환자들의 대부분은 자궁근종에 시달리고 있다. 자궁근종은 자궁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평활근에 생기는 종양이다. 다행스럽게도 암과 같은 악성종양이 아니라 99% 이상이 양성종양이다. 여성 대부분 증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대개 건강검진 중 우연히 발견된다.
◆자궁근종 때문에 불임되는 경우는 드물어=자궁근종은 매우 흔한 질환이다. 우리나라 가임기 여성 중 30% 정도가 갖고 있다. 35세 이상 여성의 경우, 발병률이 40~50%에 이를 만큼 흔하다. 한 대학병원 통계에 따르면, 자궁 제거수술 원인의 70%를 자궁근종이 차지했다.
근종이 작으면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점차 자라면 위치에 따라 자각 증상도 달라진다. 근종 크기가 많이 커지면 배 위로 혹을 만질 수 있고, 소변을 자주 보거나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근종 위치가 자궁 내막이나 내막 가까이에 있다면 생리량의 변화가 생긴다. 통증도 있고, 생리가 많아져서 빈혈이 오기도 한다. 생리가 아닐 때엔 질 출혈이 생긴다.
심한 경우 요로 폐색이 올 수도 있다. 자궁 뒤쪽의 대장을 눌러 변비를 일으킬 수도 있고, 골반과 다리로 가는 혈관을 눌러 하지정맥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허약감, 무기력감, 두통, 빈혈, 복수 등과도 관련이 있다.
자궁근종이 있다면 유산, 조기 진통, 조기 양막 파열, 자궁 내 성장 지연 등으로 인한 정상 분만 불가, 산후 대량 출혈 등과 같은 합병증을 증가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근종이 불임과 꼭 관련된 것은 아니다.
특이하게 근종의 위치, 개수에 따라 불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특히 20, 30대에 발생한 근종 중 일부는 불임과 연관이 있다. 그러나 근종 때문에 임신이 안 되는 것은 아니며, 크기가 커도 자연 임신이나 분만을 할 수 있다.
임신 시 근종은 변화를 겪는다. 임신 전반부에는 근종 크기가 증가하고, 통증이 생길 수도 있다. 통증은 약물치료로 조절이 가능하다. 임신 중반기부터는 근종 크기는 자라지 않고 후반기에는 오히려 조금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임신 초반기만 지나면 유산의 위험은 줄어든다. 임신 후반기는 근종 때문에 조기 진통이 발생할 수 있으나 대부분 임신 만삭까지 진행된다. 분만 후 근종은 크기가 줄어들게 되므로 다시 검사해서 치료를 결정한다.
◆자각증상 없어 정기검진 받아야=대부분 양성 종양이고 여성에게 흔한 병이라서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드물지만 약 0.5% 정도에서 암의 형태인 자궁육종일 확률이 있기 때문에 이에 관한 감별이 필요하다. 특히 급격하게 크기가 커지는 자궁근종 또는 폐경기 이후에도 계속 커지는 자궁근종은 자궁육종일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 증상이 없는데다 스스로 크기 변화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근종 크기가 작고 증상이 없다면 치료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반드시 전문의를 통해야 한다.
진료를 통해 악성 육종과 감별을 한 후 생리 과다, 빈혈, 기능성 자궁출혈, 생리통, 요통, 빈뇨, 잔뇨감, 변비, 반복 유산, 불임 등의 증상이 있으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크게 약물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눠볼 수 있다.
약물적 치료로는 피임약, 호르몬이 섞여 있는 자궁 내 피임장치 등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근종의 위치, 크기, 개수에 따라 효과가 없을 수 있다. 일시적 폐경을 만들어 근종의 크기를 줄여주는 'GnRH 제제'도 있다.
GnRH 제제는 사용 조건이 까다롭다. 게다가 여성 호르몬 부족으로 인한 골다공증, 안면 홍조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단기간 사용만 권장되고, 약제를 끊으면 몇 달 뒤 다시 원래대로 커지기 때문에 영구적 치료는 안 된다.
◆환자에 따라 수술법 달라져=수술이 근본적인 치료법이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근종 크기가 갑자기 자라거나, 과다 출혈이 있거나, 난소 종양과 구분이 되지 않거나, 환자가 악성 종양일까 봐 불안해할 때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수술에는 자궁근종만 제거하는 '자궁근종 절제술', 전체 자궁을 제거하는 '전 자궁 적출술' 등이 있다. 수술 여부와 수술법은 환자의 나이와 목적, 병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아기를 원하는 가임 여성의 경우 수술 후 10~15% 정도의 재발률을 감수하고 근종만 제거한다. 40대 중반에서는 전 자궁 적출술을 한다. 근종이 하나만 따로 있다면 근종 제거술을 한다.
이때 근종의 크기가 몇㎝인지는 중요치 않다. 근종의 크기와 이것이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 수술을 결정한다. 가령 3㎝ 정도의 근종이고 위치가 증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수술 없이 규칙적 검사를 받으면 된다. 아울러 폐경기가 가까운 환자라면, 폐경 이후 근종의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수술을 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 타당하다.
자궁은 매우 큰 혈관들이 많고, 근종이 있는 경우엔 각각의 근종을 먹여 살리는 혈관도 특히 발달돼 있다. 수술 시 다량의 출혈 위험 때문에 과거에는 주로 개복술을 통한 전 자궁 적출술을 했다. 하지만 의학 기술이 발달하고 전문의 경험과 기술이 축적되면서 최근 들어 복강경을 활용한 자궁근종 절제술이나 전 자궁 적출술을 시행하고 있다.
근종 절제술은 자궁 보존을 원하는 여성에게 권장된다. 수술 후에도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고 전 자궁 적출술보다 상처도 적고 통증도 줄어들기 때문에 일부에선 근종만 제거하는 수술을 선호한다. 하지만 근종만 제거하는 수술과 전체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은 서로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수술 전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을 한 후 선택해야 한다.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산부인과 권상훈 교수
효성병원 최윤영 과장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