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근혜 VS '?' … D-100일, '이상한 대선'

국가 비전·정책 대결 실종, 범야권 후보 단일화·안 교수 출마땐 검증 변

10일로 18대 대통령 선거가 D-100일을 맞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대진표가 짜여지지 않은 대선이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권자의 선택 시간은 가까워지고 있지만 후보 구도조차 오리무중인 대선 구도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특히 출마 선언조차 하지 않은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두고 여권과 야권, 유권자 모두 관심을 가지는 '이상한' 대선이 펼쳐지는 중이다.

대선 후보들의 정책도 거의 실종 상태다. 당연히 서로 다른 정책을 놓고 벌어지는 치열한 논쟁도 찾기가 어렵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경제민주화와 복지, 정치쇄신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경선이 한창인 민주통합당은 더 그렇다. 안 교수의 생각도 매우 추상적인 수준이다.

이에 대해 김태일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국가 비전과 관련해서 심각한 토론이 벌어져야 할 시점에서 한쪽은 민생 행보에만 집중하고, 다른 한쪽은 누가 나올지 가닥조차 잡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18대 대선, 변수는?

야권 주자로 점쳐지는 안 교수의 출마 여부가 제1변수다. 현재 행보대로라면 출마 가능성이 크지만 공식 출마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박근혜 측 불출마 협박' 폭로 기자회견이 사실상 안 교수의 출마 선언으로 읽히지만 그의 대선 입장은 오리무중이다.

안 교수 출마를 가정하면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냐, 독자노선을 고수할 것이냐가 두 번째 변수다. 단일화가 이뤄지면 안 교수와의 '공동정부론'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이고, 이뤄지지 않으면 표가 갈라져 새누리당 박 후보의 우위가 점쳐진다.

안 교수가 출마하면 그의 도덕성이나 국정수행 능력, 정책 능력 등에 대한 검증이 변수로 작용한다.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정치력을 발휘할 인물인지는 안갯속이다.

이런 과정에서 불거질 네거티브전도 관전 포인트.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에 대해선 "나올 것은 다 나왔다"고 보고 있고, 안 교수에 대해서는 "하나씩 터질 때마다 새로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 교수의 브이소사이어티, 사외이사 재직시절, 부동산 전매권 등은 일종의 사실관계가 드러났지만 안랩 설립 당시의 뇌물 여부, 룸살롱 출입, 여자 문제 등은 말만 무성하지 베일 속에 있다. 박 후보에 대해선 친박계 현기환 전 의원 사례처럼 측근의 돈 문제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12월 19일 대선 당일의 투표율도 관건이다. 2002년(70.8%) 16대 대선처럼 투표율이 높을 경우에는 다자대결이든 양자대결이든 부동층의 표심이 향배를 가른다. 다만 투표율이 낮으면 견고한 지지층을 가진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대선과 같은 것, 다른 것

이번에도 2002, 2007년 대선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2002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여당의 '병풍'(兵風) 공세 속에서도 대세론을 바탕으로 앞선 지지율을 고수했지만 여권에서는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후보 교체론이 대두됐다. 여기에 한일월드컵 후광을 입은 정몽준 의원이 '국민통합 21'을 창당해 지지율을 30%대로 끌어올렸다. 이때부터 노 후보와 정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여권은 11월 중순 노 후보와 정 후보 간에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에 합의, 노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서 이회창 후보와의 진검승부에서 대역전드라마를 연출했다.

2007년 대선은 다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후보를 대선 후보로 확정한 뒤 5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앞서가던 상황이었지만 여권은 대선 후보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경선 끝에 정동영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패했다.

이번 대선에서 야권이 대선 후보를 확정한 뒤 안철수 교수와의 단일화를 통해 '어게인 2002'를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는 2002년 대선과 닮았다. 또 새누리당이 박근혜 후보를 대선 후보로 확정한 반면 야권은 후보조차 확정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2007년 대선과 비슷하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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