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에 원단을 수출하는 S업체는 최근 생산량을 10% 줄였다. 줄어드는 주문량 때문에 재고량도 전보다 30%가량 늘어났다.
이곳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가 장기화되면서 주문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며 "협력업체의 일감을 일방적으로 줄일 수 없어 재고를 늘리고, 생산량도 조절했다"고 하소연했다.
이란 핵 파동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와 중동지역 내전 등으로 인해 대구경북지역 섬유업체들의 중동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란 현지 달러 환율이 급격히 뛰자 바이어들이 수입을 줄여 지역 섬유 업체들에게 여파가 미치고 있는 것. 업계는 중동지역 수입업체들이 값싼 중국산으로 눈을 돌릴 경우 시장을 빼앗기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대 중동 섬유 수출 급감
대구경북 섬유류의 중동지역 수출액은 섬유산업이 살아나던 2009년부터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섬개연)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 섬유류의 아랍연합과 사우디 등 중동지역 수출은 2009년 4억4천946만달러에서 2010년 5억3천718만달러, 2011년 6억6천746만달러로 증가했다.
하지만 올초 시작된 미국과 유럽 등의 이란 제재가 장기화되면서 수출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올해 5월 4천105만달러를 기록했던 월별 수출액은 6월 들어 3천629만달러로 감소했으며 7월 역시 3천207만달러로 전달보다 줄어들었다.(표참조)
이 같은 수출 감소는 이란 현지의 환율 급등 때문이다. 환율 급등은 이란이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수입제한조치를 취하면서 원화 결제계좌가 중지되면서 발생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지난 7월 18일자로 생활필수품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에 대해 신용장 개설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신용장이 개설되지 않은 품목은 이란 정부 고시환율이 아닌 시장환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현지 수입업체들은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우리나라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이란에서 영업하는 섬유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제품의 대이란 수출가격이 현지에선 시장환율이 적용돼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까지 이란에 수출해온 섬유업체들은 이란 정부의 고시환율에 따라 달러당 1만2천200리알에 준하는 가격으로 거래해왔다. 하지만 현재 시장환율은 달러당 1만8천~2만1천리알에 달하고 있다.
섬개연 관계자는 "우리는 같은 가격에 판매를 하지만 이란의 수입자 입장에서는 환율로 인해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의 업계가 가격 상승으로 중동 지역 수출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티기 돌입, 중국산 유입 우려
이처럼 이란 현지 수입이 줄어들면서 이란을 포함한 중동지역에 원단을 수출하는 지역 업체들은 생산을 줄이거나 다른 시장을 찾는 등 '버티기'에 들어갔다.
한 섬유업체 대표는 "전체 생산량 중 중동지역 수출이 20% 정도를 차지하는데 주문이 반토막 났다"며 "설비를 세워둘 수 없어 미국과 유럽, 내수시장의 주문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 설비없이 원단을 구입해 중동으로 수출하는 중간 판매상들은 상당수가 문을 닫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루트가 다양하거나 규모가 큰 업체의 경우 한동안 버틸 수 있지만 소규모 업체들은 설비를 세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 섬유업계의 더 큰 걱정은 중동 시장이 값싼 중국산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 중동 수입업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오른 국산 원단의 구입을 줄이는 대신 중국산으로 대체할 경우 중동 사태가 해결돼도 잃어버린 시장을 되찾아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중국의 경우 위안화 결제가 가능해 이란이 겪고 있는 환율 변동 타격에서 벗어나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이란 현지 수입상들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눈돌릴 것이 뻔하다"고 설명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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