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가 봉화 출신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에 최고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안겼다. '피에타'는 9일 오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 한국영화 사상 베니스, 프랑스 칸, 독일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최고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베니스영화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영화제다. 피에타의 황금사자상 수상은 예견됐다. 언론, 전문가는 물론 관객들까지 극찬을 쏟아 내며 강력한 황금사자상 후보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먼저 리뷰 기사를 쓴 할리우드 리포터는 "인상 깊은 결말은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상을 건넬 때 기억할 만한 장면일 것"이라고 평해 '피에타의 수상'을 예견했다. 외신들은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한국의 영화가 베니스를 뒤흔들었다" "김기덕의 충격적인 새 영화가 공개됐다"는 등의 표현을 하며 영화에 대한 호평을 쏟아냈다.
영화평론가인 전찬일 씨는 "김기덕 감독은 이미 유럽에서 10년 넘게 스타 감독으로서의 명성을 유지해왔고 베니스에서는 2004년 감독상을 받는 등 각별한 인연이 있다"며 "게다가 피에타는 김 감독의 성숙한 면을 많이 보여준 영화여서 베니스에서 피에타만큼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영화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이름으로 유명한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는 비탄과 극단의 슬픔을 뜻한다. 채무자의 돈을 뜯으며 살아가는 악마 같은 남자(이정진 분) 앞에 어느 날 엄마라고 주장하는 여자(조민수)가 찾아오면서 두 남녀가 겪게 되는 혼란과 점차 드러나는 잔인한 비밀을 그린 작품이다.
시상식장에서 답사를 겸해 아리랑을 불러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한 김기덕 감독은 "나는 항상 사람들, 인생 그리고 삶의 의미를 존중한다. 이것은 전 세계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피에타가 영화 수업 없이 감독이 된 그에게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계에서는 김기덕 감독의 황금사자상 수상을 지구촌에 한국 영화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쾌거를 이룩한 것인 동시에 국내를 향해서도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그의 굴곡진 삶과 이를 이겨낸 인간승리가 전하는 충격도 작지 않다. 봉화에서 나서 서울로 상경, 청계천과 구로공단에서 젊은 나날을 노동으로 보내고 독학으로 영화를 깨우친 김 감독의 인생 역정은 학벌 만능주의에 빠진 대한민국 전체에 경종을 울리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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