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중소기업에 다니다 퇴직한 김모(57'대구 달서구)씨는 연금을 수령하려면 3년을 더 기다려야 하지만 올해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했다.
김 씨는 "퇴직한 뒤 재취업을 하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녔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했고 2년 동안 벌이가 없어 퇴직금은 모두 생활비로 나갔다. 조기에 연금을 수령하면 손해를 보는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후 설계의 마지막 보루인 국민연금을 두고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생활고에 찌들리는 영세'서민층에서는 연금을 조기에 수령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는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조기에 연금을 수령할 경우 감액률(연 6%, 최대 5년간 30%)이 적용돼 수령액이 많이 줄어드는데도 신청자가 늘고 있어 노후 소득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역본부에 따르면 올 1~7월 대구경북지역의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4만3천999명으로 이미 작년 한 해 수급자 3만8천367명을 넘어섰다. 올 들어 지역에서 한 달 평균 6천285명이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한 달 평균 3천197명에 비해 두 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전국적으로도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26만637명이던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올해는 7월 말 현재 28만1천464명으로 집계됐다.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는 연기연금 신청자도 크게 늘고 있다. 수급 시기를 늦추면 가산율(연 7.2%, 최대 5년간 36%)이 적용되어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금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킬 전망이다.
당초 연기연금은 월 290만원(금융소득 제외) 이상의 소득이 있는 수급자를 대상으로 운영되었지만 올 7월 수급자 전체로 확대되면서 가산율도 연 6%에서 7.2%로 상향 조정됐다.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역본부에 따르면 지역에서 올해 연기연금을 신청한 사람은 7월 말 현재 215명으로 한 달 평균 30.7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전체 신청자 152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한 달 평균 신청자(12.6명)에서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전국적으로도 올 1~7월 연기연금 신청자는 2천750명으로 지난 한 해 신청자 2천73명을 넘어섰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역본부 관계자는 "조기노령연금을 수령하는 사람은 대부분 은퇴 준비를 하지 못한 사람들인 반면 연기연금을 신청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자산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중산층이 무너지고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사회 현상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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