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단아 김기덕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는 속어와 비어가 난무하는 이 소설을 통해 세상에 비딱한 시선을 보낸 국외자였다. 샐린저는 소설 속 주인공인 10대 소년 홀든 콜필드가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방황했듯이 세상에 적응하는 대신 시골에 은둔했다. 작품 활동도 뜸해진 그는 35세 연하의 여성 조이스 메이나드와 동거했지만, 폭력으로 얼룩진 불행한 삶을 살았다. 미국 주류 문단과 거리를 둔 그의 작품과 삶은 큰 논란을 낳았으나 그의 저항적인 감성은 걸작을 낳는 결과로 이어졌다.

명배우 말론 브랜도 역시 거친 반항아이자 이단아였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불행한 유년기를 보낸 그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을 불태우며 학창 시절 내내 낙제와 유급, 퇴학을 반복했다. 성장기의 불안과 분노, 공포와 증오는 탈출구가 된 배우 생활에서 연기의 원천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정통 방식을 따르지 않고 특유의 웅얼거리는 말투와 야수적인 에너지, 예측 불허의 즉흥적인 스타일로 자신만의 연기 방식을 만들었다. 방황하는 청춘의 상징이었던 그는 이후의 삶에서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을 거부함으로써 기성 체제의 권위에 도전하는 길을 걸었다.

역사는 이처럼 국외자에 의해 소용돌이치며 특히 문화 분야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이단아를 통해 자양분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물결을 형성한다.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김기덕 감독도 충무로의 이단아였다.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던 그는 노동판을 전전하다가 혼자 미술을 공부해 프랑스의 파리에서 거리의 화가 생활을 하기도 했다. 32세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영화를 볼 정도로 문화생활과 거리가 멀었던 그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감독이 되었으니 삶의 극적인 반전이라 할 만하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주로 밑바닥 삶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잔인할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전해준다. 그의 불편하면서도 독창적인 영화는 사회적 논란을 낳으면서 충무로의 주류와 멀어지게 했다. 그러나 세계의 평단으로부터는 지지를 잃지 않았고 끝내는 영화제 최고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김 감독 개인의 영광이자 한국 영화의 쾌거로 평가받을 경사에 박수를 보내며 김 감독이 국외자의 정서를 잃지 않고 정진하길 기대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