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지방분권을 대선 공약으로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정착시키고, 지역의 활력을 되살리며, 이를 통해 각 지역의 자율적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전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국가 경영의 패러다임을 분권과 분산형으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21세기 무한 경쟁시대에 우리의 경쟁력과 삶의 질을 동시에 높이는 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에 대통령 후보들은 지방분권 대국민 협약을 맺고, 이를 신속하고 강력하게 실천해 나가기로 다짐하는 바이다."

10년 전 2002년 12월, 대한민국 지방분권(地方分權) 역사가 새로 쓰여졌다. 당시 노무현'이회창'권영길 대통령 선거 후보는 전국 지방분권 국민운동과 지방분권 공약 이행을 약속하는 '지방분권 국민협약서 서약식'을 가졌다. 특히 그해 12월 8일 대구에서 국민협약서에 서명한 노무현 후보는 지방분권 국민운동이 제시한 문안에 행정수도 이전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설치라는 두 가지 약속을 추가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당시 지방분권 운동의 진원지는 누가 뭐라 해도 대구경북이었다. 2001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방분권대구경북본부를 출범시켰고, 분권운동의 전국 조직화와 함께 2002년 대선 이슈화에 앞장섰다. 언론과 지식인 운동으로 시작해 시민단체들이 자발적 참여에 나섰고, 민'관 협력까지 이어졌다.

이후 10년. 대구경북이 연말 18대 대선을 앞두고 지방분권 운동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이달 4일 전국 최초의 민'관 합동 분권 단체로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가 공식 출범,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등과 연대해 주요 지방분권 과제를 각 정당 대선 후보자 공약에 반영키로 결의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의지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여 온 게 사실이다. 수도권 집중이 오히려 더 심화되면서 지방민의 삶이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는 아우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현재 대선 이슈 역시 '경제 민주화'와 '무상 복지' 등에 치우쳐 지방분권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차기 대통령이 과연 지방분권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할지 걱정스럽다.

지방자치와 분권은 비록 그 진행속도가 더뎌졌다 하더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대의 화두다. 10년 전 일어난 지방분권운동은 '지방의 위기는 곧 나라 전체의 위기'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방민들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불평등 조건 속에서 살고 있고, 갈수록 소외감이 깊어지고 있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한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은 극히 미진하다는 반성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다.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은 지난 10년의 지방분권을 평가하고 진정한 지방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아울러 지방의 살길, 지방의 권한을 찾아야 한다는 대구경북의 외침 또한 더 크고 더 비장하게 울려야 한다. 10년 전 지방분권운동의 성과가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들불처럼 번진 지방의 하나 된 외침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이제 다시 대구경북 지방정부-시민단체-학계-문화계-언론계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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