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고대로부터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 보는 자연 순응의 심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과 자연을 하나의 묶음으로 보았으며 자연의 마음(天心)은 곧 인간의 마음(人心)이며 예술은 인간과 천지의 조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 때문에 미적 가치는 우주와 인간의 어울림의 표현 즉, 천인동일(天人同一), 천인상통(天人相通), 천인감응(天人感應)에 있었다. 그래서 자연은 신비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러기에 자연을 훼손한다든가 자연성을 잃어가는 모든 인간행위를 싫어하는 미적 정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미적 정서는 한국인의 일상생활이나 문화예술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자연을 자기 곁으로 가져와 자기 집 정원에 재현하는 축소주의적 자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조형화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인공적으로 조형화하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친화적인 문화를 발달시켰다. 전남 담양의 소쇄원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자연을 그대로 살려 정자를 짓고 물길을 살려 담장을 만들었기에 소쇄원의 담장 밑으로 물이 흐르고 그 물은 소쇄원의 중심을 관통한다. 이처럼 소쇄원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경외와 조화의 삶을 산 조선시대 선비들의 심상이 묻어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미적 정서 때문에 모든 생활과 예술양식에 있어서도 너무 규칙적이고 인공적인 기교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의 춤사위도 이와 같다. 자연을 닮아 있어 기교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평범함과 단순함과 자연스러움을 갖고 있다. 한국 춤사위에서 보여지는 무기교의 기교는 이러한 의미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무기교의 기교는 기교가 지극히 순수하고 익숙하여 마음의 요구와 완전히 일치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수준에 도달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기교의 규격성이나 제한성을 초월하여 표현능력과 표현된 대상 간에 거리가 없을 정도로 최고도의 기교적 정밀성과 숙련성을 요구하는 것이며, 기교와 마음이 상응하는 주객일체의 경지로 불규칙속의 규칙을 통해 자연스러운 멋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로써 자연스럽게 살아 역동하는 곰삭은 멋이 우러나와 내면적 아름다움에 의해 자연스러움이 춤사위로 표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무기교의 기교는 자연을 스승삼아 노력하는 도(道)의 경지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국 춤의 자연스러운 멋이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오레지나<대구가톨릭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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