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不汗黨)이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이나 설화에서는 '떼 지어 다니는 강도, 남을 괴롭히는 파렴치한 무리, 아무리 추궁해도 진땀도 흘리지 않는 뻔뻔한 자'라고 설명하는데,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땀을 흘리지 않는 무리'일 것이다.
웃고, 울고, 땀 흘리는 것은 인간의 특징 중 하나다. 곤충, 파충류, 조류는 아예 땀을 흘리지 않고, 정온동물인 개나 소, 돼지 등도 신체의 일부에만 땀샘이 있다. 그러니 온몸으로 흠뻑 흘리는 땀은 인간 육체의 '한계'인 동시에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호사 중의 하나일 것이다.(땀을 흠뻑 흘린 뒤의 상쾌함은 틀림없이 호사일 것이다.)
학교 선생님께 "아이들에게 씨름 좀 가르쳐보면 어떨까요? 몸을 부딪치면서 땀을 흘리다 보면 육체는 물론이고 정신건강에도 좋을 텐데요"라고 했더니 "땀 흘리면 아이들 건강에 좋고 집중력도 올라가겠지요. 하지만 부모들이 싫어해요. 씨름학교 운영해봤는데, 참가율이 형편없었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진학 지도교사들 말씀을 종합해보면 땀 흘리며 운동을 자주 하는 아이가 성적도 좋다고 한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지만, 땀으로 스트레스를 날리기 때문에 집중력이 뛰어나고, 적절한 에너지 분출로 잡생각도 덜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몸을 쓰는 대신 책상 앞에 앉아 머리만 쓰기를 원한다. 자식이 뛰어다니며 땀을 흘리면 혀를 차다 못해 한바탕 호통을 쳐대기 일쑤다.
'사내아이는 설치지 않으면 어디가 아픈 것이다'고들 한다. 설치지 않는다고 모두 아프다고 단정할 수야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어린 포유류는 설치게 생겨먹었다. 그러니 설친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사람의 뇌는 독서나 생각, 추론, 되새김, 암기 등 자극을 통해 단련되고, 신체는 땀을 흘리며 움직임으로써 단련된다.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감동이고, 육체를 튼튼하게 하는 것은 건강한 땀이다. 감동받지 못하는 영혼은 피폐해지고, 땀 흘리지 않는 육체는 병든다.
그러니 자식이 땀 흘리며 설친다고 너무 나무라지들 마시라. 땀 흘릴 기회를 차단당한 아이는 '불한당'이 되어 거칠어지고, 종내는 자신과 이웃을 괴롭힌다. 영혼에는 감동이, 육체에는 땀이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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