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세인 주택 취득세 지자체 협의없이 "인하"…대구, 500억대 세수 타격

정부 감세에 골병드는 지방

지방의 '재정 자주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정부가 주택 거래 활성화를 목표로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재원인 취득세 감면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하면서 지자체의 재정난을 가져오고 중앙정부 의존도를 높이는 악순환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

정부의 취득세 감면 때마다 재정 자주권 훼손 논란이 잇따르면서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재정 분권을 연말 대선 공약에 반영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는 10일 올해 말까지 주택거래 취득세를 50% 추가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9억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율을 현행 2%에서 1%, 9억원 이상 주택은 현행 4%에서 2%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정부의 이번 취득세 감면에 따른 지역 세수 감소 예상액은 500여억원(4개월 기준) 수준으로, 정부가 취득세 감면분을 전액 보전해주지 않을 경우 시 재정 압박이 불가피하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9개월간 취득세를 한시 감면했고, 전국 지자체들은 전체 보전액 2조3천294억원 중 10%가량인 2천362억원을 아직 보전받지 못했다. 대구는 전체 1천102억원 중 133억원을 보전받지 못했다.

정부는 올해의 경우 지자체와 협의해 취득세 감면 최종안을 확정하고 연내 보전해 주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자체의 우려는 여전하다.

지방자치법 122조에는 '국가는 지방재정의 자주성과 건전한 운영을 조장해야 하며, 국가의 부담을 지자체에 넘겨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정부는 모두 5차례에 걸쳐 지방정부와 상의도 없이 지방정부의 주요 재원인 취득세 감면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지방세에서 취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8%(대구 32%) 수준으로, 중앙정부의 잇단 취득세 감면과 보전은 각 지자체의 중앙정부 의존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는 "중앙정부가 지방세율을 이용한 정책으로 지방재정 자주권을 훼손하고 있다"며 "지방세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지방정부와의 사전 협의가 필수"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취득세 감면 논란이 잇따르면서 지방 정부의 재정 자주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달 4일 출범한 대구시지방분권협의회는 분권 최우선 과제로 현재 8대2 수준의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 등을 비롯한 지방재정 자주권 확보를 연말 대통령 선거 공약에 반영키로 결의했다.

중앙정부가 소득'소비세를 독점하면서 국세 수입은 매년 9% 이상 증가하고 있는 반면 재산 과세 위주의 지방세 증가율은 매년 5~6% 상승에 불과하고, 이로 인해 취득세 감면 때마다 지방재정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 김형기 의장은 "재정 권한의 중앙 종속으로 지방자치 발전이 위협받고 있다. 과세 자주권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며 "재정 분야를 비롯한 지방 분권 주요 과제에 대해 각 정당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 채택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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