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 끝에 서늘한 가을의 기운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가을은 봄과 더불어 여행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특히 가을에는 자연 속에서 문학적 향기가 가장 짙어지는 때다. 가을 초입. 문학을 비롯해 예술을 테마로 삼아서 여정을 꾸려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관광공사가 9월에 꼽은 여행지 중 하나인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는 예술적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예술의 향기가 깃든 곳을 찾아가는 여행은 소박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다.
◆창원시립 마산문학관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남동의 노비산 중턱에 자리한 아담한 문학관은 주변이 아파트 숲이지만 입구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창원시의 해안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마산문학관은 이은상'권환'이원수'이광래'천상병 등 시인들의 작품과 예술 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문학관에서는 마산 문학의 흐름을 한눈에 엿볼 수 있었다.
원래 마산합포구는 고운 최치원이 월영대 앞바다의 아름다움에 반해 머물며 후학을 양성했다는 곳이다. 이후 고려'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문장가들의 순례지가 됐다. 시조 시인 이은상이 산책하던 노비산 언덕에 자리한 문학관은 크게 결핵 문학, 민주 문학, 바다 문학 등으로 나뉘어 있다.
특히 국립마산결핵요양소(현 국립마산병원)에 머무르던 작가들의 활동을 보여주는 결핵 문학은 독특하다. 결핵 계몽지 '요우'와 현재까지 발행되고 있는 '보건세계', 문학동인지 '청포도' '무화과' 등이 발행될 만큼 이곳에 머물렀던 문인들이 적지 않다. 문학관 바로 옆에 위치한 노산정에 앉아 창원시내를 내려다보니 갑자기 시심이 발동했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간들 잊으리요 그 뛰놀던 고향동무….' ('가고파' 이은상 시'김동진 곡)
◆문신미술관
문학관에서 10분 정도 꼬불꼬불한 비탈길을 내려가니 마산합포구 문신길에 위치한 문신미술관이 나타난다. 바로 곁에는 창원시립마산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어 일석이조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은 원형미술의 대가인 조각가 문신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파리에서 활동하던 문신이 1980년에 유년시절을 보낸 마산으로 귀국하여 15년에 걸쳐 미술관 건립에 나서 1994년 개관했다. 미술관 개관 1년 후 문신은 타계하고 '사랑하는 고향에 미술관을 바치고 싶다'는 작가의 유언에 따라 2003년 문신미술관은 시에 기증되어 시립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후 창원시는 작가 문신의 또 다른 작품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문신원형미술관을 2010년 10월 개관했다. 미술관은 '제1전시관' '제2전시관' '야외조각전시장' '문신원형미술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각, 석고원형, 유화, 채화, 드로잉, 유품, 공구 등 총 3천900여 점의 작품 및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문신미술관 외부공간에는 아트숍이 마련돼 있다. 따뜻한 태양 아래 마산항을 내려다보며 담소를 즐기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창원시립 마산박물관
문신미술관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박물관은 대지면적 7천668㎡, 건물 총면적 1천572㎡의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로 옛 마산시 개항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건립되었다. 1층은 기획전시실, 영상실, 자료실 등으로 구성되고 2층은 상설전시실로 운영되고 있다. 상설전시실에는 마산 지역에서 출토된 선사시대 유물과 여몽 일본정벌기지, 합포, 임진왜란, 개항, 3'15 마산의거 관련 유물과 자료, 그리고 성신제'어업 관련 자료, 마산항'마산자유무역지역 관련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다.
야외에는 월영대'장승'솟대'몽고정맷돌'13인 시비(詩碑) 등이 있으며, 놀이마당과 분수대가 있는 박물관 주변에는 볼거리들이 많아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특히 13인의 시비는 이곳에서 약 4㎞ 떨어진 곳에 위치한 월영대를 노래한 13인의 시를 통해 최치원 선생의 높은 학문과 세계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아울러 마산 정신의 뿌리를 찾는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고려'조선시대 대학자 13인의 시를 선택하여 새긴 것으로 고려시대의 정지상, 김극기, 안축, 그리고 퇴계 이황을 비롯해 채홍철, 이첨, 정이오, 박원형, 서거정, 금극성, 정사룡, 신지제, 정문부 등 조선시대의 대학자들의 시들이다. 자세히 보니 시비의 글씨는 시를 지은 작가들의 글씨를 보여주기 위해서 시가 실린 옛 문헌과 개인문집의 글씨를 확대하여 옮겨 새겼다. 대단한 정성이다.
대구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창원'마산 방면으로 달리다 칠원톨게이트에서 내려 남해 제1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서마산IC에서 내려 진해 방향으로 진입한다. 마산합포구청 쪽으로 10분 정도 달리면 마산여고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우회전하면 언덕 위에 마산문학관이 나온다. 마산문학관에서 꼬불꼬불 비탈길을 내려 좌회전해서 자산동약수터, 합포고, 무학초등학교 앞을 지나면 창원시립 마산박물관과 문신미술관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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